내포취재본부장
내포취재본부장

16년 정도 오랫동안 국회 출입을 하고 나면 취재원인 국회의원들과 친분이 없을 수 없다. 마냥 취재를 위한 공식적인 만남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적인 자리도 함께 하다 보면 친소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하다.

사적인 얘기지만 얼마전 자혼에 친분이 있는 여야의 성 만 다르고 이름이 같은 국회의원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여야간 상생의 정치가 뇌리에 스쳤다. 특히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당선자와 낙선자로부터 동시에 축하를 받았는데, 마음이 짠했다.

정치는 현실이고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냉혹한 것이어서 안타까운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적은 표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다. 지난 16대 총선 당시 불과 3표나 11표, 16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선거구가 나왔고 17대 총선에서는 7표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말 그대로 깻잎 한 장 차이다. 승자는 ‘각본없는 드라마’에 환호했고 패자는 땅을 쳤다.

낙선 경험이 있는 전직 국회의원은 낙선 직후의 심정이 여의도 국회 쪽은 시쳇말로 꼴도 보기 싫을 정도였다고 회상한다. 4년 동안 와신상담하거나 절차탁마를 했지만 패배의 쓴 맛을 봤으니 관심이 가겠냐는 하소연이다.

그러나 이 것도 잠시, 시간이 흐르고 다음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의도 배지가 눈 앞에 아른거리며 출마 생각에 고심에 고심을 하게 되고 주변 측근들까지 부추기게 되면 흔들리기 십상이다.

명확한 정치 철학과 소신이 뒷받침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권력에 대한 중독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맨 땅에 헤딩 하듯이 출마했다가 패가망신하거나 건강까지 잃는 사례도 목도했다.

당내 공천과 치열한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자들이 여의도에 입성하게 되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과 특권은 서민들의 눈높이와는 격이 다를 정도로 막강하다. 회기중 불체포 특권은 물론 국회의원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특권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연봉이 1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월 급여에다 입법 활동비와 특별 활동비, 명절 휴가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는 월 평균 1285만 원 정도로, OECD 국가 국회의원 월급 순위 상위권에 속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보좌진 7명 채용, 국회 내 편의시설 이용, 입법 정책개발 지원, 공무출장 관련 교통 지원, 공항 귀빈실 이용 출입국 절차 간소화, 재외공관 영접 현안 브리핑 편의 제공, 민방위 예비군 훈련 면제 등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혜택들이 그들에게 부여된다.

다음 달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전이 목하 막이 올랐다. 공식 선거운동은 28일 시작되고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외국에 거주, 체류 중인 국민을 대상으로 재외투표가 실시된다.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지역구 선거는 전체 254개 선거구에 699명이 등록해 2.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각 당의 정당 득표율과 자체 순번에 따라 정해지는 46석의 비례대표 선거에는 38개 정당에서 총 253명을 올려 단순 의석수 대비 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현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이라는데 별반 이의가 없다. 이에 따라 총선 레이스의 출발선에 선 여야는 각각 '국정 안정론'과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 21대 선거와 또 다르게 정치 내·외적으로 변화가 많다. 국정 운영 기조나 정책이 다르고 각 당에 대한 지지도와 공약, 후보자에 대한 평가, 투표 형태에 이르기 까지 지난 4년 전과 비교해 판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게다가 뿌리 깊은 지역주의와 진영 논리, 말 실수나 막말 여부에 따라 변수가 상존한다.

과거 선거가 방증하듯이 선거일이 다가 갈수록 하루가 다르고, 한 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것이 선거판이어서 과연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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