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한남대 총동문회장·(전)대전대신고 교장
박영진/한남대 총동문회장·(전)대전대신고 교장

포장된 물건을 손에 넣으면 포장지를 벗겨내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물체를 꺼내서 사용한다. 이처럼 껍데기는 알맹이를 감싸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포장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껍데기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내버린다.

아이들의 주머니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사탕이나 과자다. 여러 색깔을 곱게 칠한 포장지인 껍데기는 그 알맹이가 아이들의 입속으로 들어가기까지 내용물을 감싸고 보호한다. 아이들은 알맹이만 입속에 넣고, 껍데기는 쳐다보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아름답고 예쁜 껍데기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손톱 밑에 연한 살이 굳어지면서 딱딱하게 변했다. 굳은 살이 박혔다고 생각하면서 지내다가 무좀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날 의사에게 보였더니 사마귀라고 한다.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사마귀가 생기는데 손가락이나 손등 같은 곳에 나타나는 사마귀는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손톱 밑에 난 사마귀는 치료하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의사는 냉동요법으로 치료하자고 말했다. 냉동요법은 손톱 밑 연한 살 속에 영하 200도의 기체를 직접 분사하여 사마귀에 접촉시켜 바이러스를 얼려서 죽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냉동치료를 받으니 손끝의 뼈가 시리도록 쓰라리고 아팠다. ‘손톱 밑에 가시’라는 표현처럼 손톱 밑에 붙어있는 살은 매우 연하여 이물질이 깊이 닿으면 손끝이 몹시 아팠다. 

손톱은 자신에게 붙어있는 연한 살을 감싸주면서, 손가락으로 물건을 잡고 긁고 닦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 주는 껍데기였다. 손톱은 그냥 딱딱한 각질로 두 주일에 한 번씩 깎아내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일주일 후에 다시 병원에 갔더니 물집을 터뜨리고 불순물을 제거한 뒤에 또 냉동요법으로 치료했다. 그렇게 네 번씩 냉동치료를 받으면서 손톱의 중요성과 고마움도 알았다. 손톱은 자신에게 붙어있는 연한 살을 감싸서 보호해 준다. 그리고 우리가 손가락으로 물건을 잡고 긁고 닦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손끝에 붙어서 힘을 모아 지탱해 주고 있다. 

달팽이는 제집을 자기 몸에 지고 기어다닌다. 무르고 연한 속살이 움직이면서 천천히 이동하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몸을 껍데기 속으로 감추고서 자신이 보호받는다. 이처럼 달팽이 껍데기는 달팽이의 목숨을 보존해 주는 매우 소중한 물건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필요 없어 보이는 물건을 껍데기라고 생각하면서 가치 없이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물건은 껍데기를 통해서 보호받고 그 가치를 유지한다. 껍데기가 지켜주지 않으면 알맹이는 효용가치를 상실하고 말아서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다. 

장성한 아이들 가운데 더러는 부모님을 껍데기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보호자인 부모님의 돌봄이 없었으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분들이다. 어른들은 아이를 기르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신다.

자녀들의 보호자는 부모인 어른이다. 어른은 아이들을 감싸고 있는 껍데기이다. 누가 어른들을 껍데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가? 우리는 모두 껍데기인 부모님의 보호막 속에서 보호를 받고 자란 알맹이들이다. 

이제 봄비가 내리면서 씨앗 뿌릴 때가 되었다. 껍데기의 보호를 받은 알맹이만 땅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자라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