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매는 아낙네가 넘쳐난다는 충남 청양군. 그런데 사실은 콩밭보다, 매운 청양 고추보다 구기자로 더 유명하다. 충남의 중앙에 위치한 청양은 칠갑산 자락의 미궐산, 남미산, 성주산, 계봉산, 앵봉산에 둘러싸여 있어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으로 유명하다. 청양은 전국 생산량의 67%를 차지하는 구기자의 주산지이다. 1920년부터 처음으로 구기자를 재배했다. 6.25 이전만해도 구기자는 야생으로 담장 밖이나 밭두둑 귀퉁이에 몇 그루씩 자라는 정도에 불과했고, 특별히 농작물로 재배하는 농가가 전혀 없었다. 농촌에서는 이 야생 구기자를 열매가 익으면, 겨우 한두 근 정도 따서 말려 모았다가 팔아 가용에 보태 쓰곤 했다.

청양 구기자
청양 구기자

구기자는 인삼, 하수오와 함께 예전부터 3대 명약이자 자양강장제로 많이 알려졌다. 복분자·토사자·사상자·오미자와 함께 남성에게 유독 이롭다는 오자(五子) 즉 다섯 가지 식물의 씨앗에 속한다. 잎, 열매, 뿌리껍질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이 약재와 식재로 사용된다. 약용에는 뿌리의 껍질, 열매를 사용한다. 근피는 강장, 염증의 억제, 해열에, 과실은 강장약으로서 달여 마신다. 잎은 나물로 데쳐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끓여먹는다. 열매는 따다가 말려서 먹거나, 끓는 물에 푹 달여서 구기자차로 마시거나, 구기자주를 담가서 반주삼아 마신다.

구기자나무는 가지과에 속한 관목으로 실제 보면 빨간색 작은 가지가 나무에 달려있는 듯하다. 한국을 포함하여 아시아 전역에 넓게 분포한다. 덕분에 아시아에서 간식 내지는 귀한 약재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여왔다. 영지버섯과 함께 십장생에 나오는 불로초로 추정되는 식물 중 하나다. 구기자의 성분 중 주목할 만한 것이 있는데 나쁜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한다는 점이다. 구기자의 가장 좋은 효능은 지방간 예방이다. 베타인이 풍부해서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억제하여 준다. 지방간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들 안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원래 아파도 아픈 줄 모르다가 병원 가면 손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리미리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술을 좋아하고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간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구기자는 보음, 자윤하는 성질이 있어서 음이 충만해야 건강해지는 간과 신장이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결과적으로 간의 기능이 좋아지면 눈이 밝아지고 신장의 기능이 살아나면 기력이 좋아지고 당뇨가 완화되며 허리와 무릎이 좋아진다. 또 구기자에는 베타시트테롤 이라는 호르몬을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호르몬을 분비를 촉진시켜 젊은 여성에게도 좋지만 갱년기 여성이 꼭 챙겨 먹어야 할 약초이다. 각종 매체에서 악녀로 묘사되는 청나라 서태후가 스태미나 보충을 위해 즐겨 찾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기자 열매는 강장제로 유명했다.

특히 청양 구기자는 칼슘, 단백질, 철분, 비타민A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고 과학적 실험을 통해 혈압 강화와 당뇨병 예방을 돕는 약리작용이 확인됐다. 최근 충남 청양의 특산물인 구기자 재배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값싼 중국산 구기자가 수입되면서 가격 폭락이 이어지고 있다. 청양 구기자는 천혜의 자연이 낳은 천연자원이며 청양농업을 지탱해온 효자작목이다. 농산물과 한약재의 ‘신토불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약삼연구가 임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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