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은 인간이 만들었고 인간만이 갖는 인간을 지배하는 수단이자 목적의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고 말한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돈 때문에 목숨 걸고 일하고 싸우고 죽고 죽이고 온갖 난리를 치지만 정작 돈이란게 원한다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돈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은 곧 현실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고고한 척 내숭을 떨지만 고액의 돈다발 앞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첨 확률이 814만5000분의 1이라는 로또복권 구입을 위해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8시까지 복권방 앞은 줄이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돈에 얼켜 “빚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파멸적인 초고금리, 인신매매까지 불사하는 빚 독촉에 죽을 지경에 접하기도 한다" 이는 악질 사채업자에 시달린 한 피해 서민의 말이다. 상당수 서민은 불법 사금융업자에 고통을 겪고 있다.

갈수록 사금융업자들의 수법은 교묘해지고 집요해 지고 있다. 이들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조금만 눈을 돌리면 ‘쉽고, 빠르게, 비밀 보장’이라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도 이같은 악덕 사금융업자의 근절을 위해 ‘불법 사금융 척결’에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 관계기관 외에도 정책금융기관과 시민이 직접 나서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밑바닥부터 훑어도’ 한계는 여전하다. 불법 사금융을 두고 윤 대통령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악랄한 암적 존재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원에서 빚 독촉에 시달리다 세 모녀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30대 여성은 100만 원을 빌렸다가 연 5000% 이상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성 착취까지 당하기도 했다. 사금융 피해가 심각해 대통령이 직접나서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약자의 피를 빠는 악질적 범죄자는 자신이 저지른 죄를 평생 후회하도록 강력하게 처단하라"고 강조하면서 "필요하면 법 개정과 양형 기준을 상향시켜 중형이 선고되도록 보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지원 방안도 연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범부처 차원에서 긴밀한 공조로 불법사금융을 척결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국세청은 불법사금융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휴대폰깡' 등 신종 수법까지 포함 조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불법사금융 조직총책 수사를 위해 금감원의 협조를 얻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와 불법추심 혐의업체 명단을 제공받기도 했다. 

일명 휴대폰깡 수법은 높은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준 뒤 이를 빌미로 채무자 명의 휴대폰을 받아 대포폰으로 팔아넘기는 수법이다.  또 다른 사채업자는 취업준비생 등 신용 취약계층에게 5000여 회 돈을 빌려주고 회수가 어려우면 취업준비생의 나체 사진을 찍어 협박하는 등 악랄하게 추심하기도 했다. 

이들은 법정이자율(연 20%)을 훌쩍 넘은 평균 7300%의 연이율을 적용했고, 심지어 최대 2만7375%의 이자까지 받기도 했다. 불법 사채업자의 돈을 빌려쓴 한 자영업자는 1억6000만 원을 빌렸다가 두 달 만에 이자만 5000만 원을 갚았다. 금전적으로 급박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착취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단속을 하려해도 합법을 가장한 온라인대부 사이트를 열어 개·폐업을 반복해 불법조직의 총책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사회 곳곳에 파고든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 사회적 약자가 빌린 수 십 만 원이 잛은 기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 천 만 원의 빚으로 둔갑된다. 돈을 갚지 못하면 불법 추심업자는 채무자의 배우자, 가족까지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이들의 직장, 학교까지 개인 신상을 파헤치고 성착취 영상까지 찍은 후 폭력과 협박으로 여러 겹의 덫을 치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청년, 사회초년생,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많다. 용기 내어 신고한다 해도 대포폰, 대포통장 등을 쓰며 추적을 피해 찾기 어렵다. 전 정권에서도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근절시키지 못했다. 단속 효과만 반짝 있을 뿐 오히려 피해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에는 ‘말뿐인 척결’이 아닌 실효성 있고 실질적인 논의가 마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불법 사채업에 대한 강력 단속에도 근절되지 않는 것은 제도적인 허점과 보복이 두려워 피해자가 신고를 할 수 없는 여건인데다 처벌 마저도 약하기 때문이다. 

불법 대부업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피해자의 고통에 비하면 너무나 가벼운 처벌이다. 불법으로 취득한 이득보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약탈적 불법 사금융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불법 사금융업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 고금리 사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단속이 절실하다. 아울러 금융 취약계층의 피눈물이 더 나지 않도록 금융 지원방안 및 철저한 보완책 마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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