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주필
임명섭/주필

보이스피싱 범죄가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과거에는 주로 노인이나 주부였으나 요즘은 젊은 층의 피해가 늘고 있다. 20대들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인출이나 수거책으로 활동하다가 처벌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부 조직원으로 일하다가 검거된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올해 156명에 이른다. 경제난으로 고액의 아르바이트 유혹을 떨치지 못해 피해가 많다. 실직자나 취준생뿐 아니라 비교적 사회적 지위가 있는 전문직 종사자까지 꼬여들 정도다.

보이스피싱은 금융 당국이 대책을 내놓기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공공기관을 사칭해 계좌로 송금 받는 방식이었지만 대포통장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이체 방지책이 잇따르자 돈을 직접 받아 가로채는 대면 편취 수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른바 ‘택배 사칭 문자문자(악성코드 문자 메시지)’ 등으로 개인 정보를 빼내고,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거짓말)’를 짜서 접근하는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SNS 대화 기록으로 주변인 이름, 전·월세 계약 등 근황을 파악해 그럴듯하게 포장해 전화를 거는 사례도 있다. 

보이스피싱은 평생 모은 돈을 일순간에 잃게 만들고, 심지어는 가정 파괴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증가 추세다. 갈수록 대담하고 정교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뿌리 뽑을 방법이 시급하다. 

보이스피싱 척결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해 1965억 원으로, 전년보다 35.4% 증가했다. 1인당 피해액도 1710만 원으로 50% 이상 늘었다. 특히 1억 원 이상 뜯긴 피해자가 231명이나 된다.

대출 빙자, 가족·지인과 정부·기관을 사칭해 돈을 뜯어갔는데 비중이 각각 30%가량 된다. 보이스피싱은 악질 중의 악질 범죄다. 민관이 함께 대응하지 않고선 척결이 요원하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주의만으로는 힘든 게 현실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누군가 걸려들기만 한다면 이보다 쉬운 돈벌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조직폭력배들이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일부를 도려내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는 범죄를 찾아 완전히 씨를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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