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반도체 생산 급감과 긴 추석 연휴, 기저효과가 겹치면서 10월 전산업생산이 두 달 만에 다시 감소한 반면 소매판매는 명절 특수와 정부 소비지원책 영향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 지수는 112.9(2020년=100)로 전월보다 2.5% 줄었다.

2020년 2월에 기록한 2.9% 감소 이후 5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산업생산 증감률은 올 4∼5월 감소, 6∼7월 증가, 8월 감소(-0.3%), 9월 증가(1.3%)에 이어 10월 다시 감소로 돌아서면서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생산 부진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4.0%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이 26.5% 줄어들며 1982년 10월 33.3% 감소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고 전자부품도 9.0% 감소했다.

반면 자동차는 8.6%, 기계장비는 6.7%, 의약품은 9.8% 늘어 일부 업종에서는 성장세가 이어졌다.

데이터처는 9월 반도체 생산 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인한 통계상의 물량 감소 효과가 맞물리며 지표 하락 폭이 과대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제조업만 떼어 보면 생산은 전월보다 3.9% 줄었다. 제조업 출하는 2.2% 감소해 내수 출하와 수출 출하가 각각 0.8%, 3.7% 줄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1.0%로 2.5p 하락했다.

제조업 재고/출하비율은 105.4%로 0.3p 상승해 재고 조정 압력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0.6% 감소했다. 보건·사회복지와 예술·스포츠·여가 업종에서는 생산이 늘었으나 도소매와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업에서 감소가 두드러지며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투자 지표는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4.1% 줄었다.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12.2% 감소했으며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는 18.4%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건설 부문도 부진이 심화됐다. 건설기성(불변)은 전월 대비 20.9% 감소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7년 7월 이후 최대 하락 폭을 나타냈다. 건축 공사 실적이 23.0%, 토목 공사가 15.1% 줄면서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런 현상은 전반적인 건설 경기 부진에 더해 긴 추석 연휴와 징검다리 휴일로 실질 조업일수가 줄어든 점, 전월 건설기성이 12.3% 급증했던 기저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

반면 소비 지표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10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보다 3.5% 증가해 2023년 2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통신기기·컴퓨터, 가전제품, 가구 등 내구재 판매는 4.9% 감소했으나 음식료품·화장품·의약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7.0%, 의복과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판매가 5.1% 늘면서 전체 판매를 끌어올렸다.

특히 음식료품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 회복은 추석 연휴에 따른 장보기 수요와 더불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역화폐 할인 행사 등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비내구재와 준내구재 소비를 밀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들은 단기 조정 국면을 가리켰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0으로 전월 대비 0.4p 떨어져 7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2로 보합을 나타내며 4개월 연속 이어졌던 상승세를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