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일보 우명균 기자] 충남지역 교원 단체들은 충남의 한 교사가 방송과 정보 및 담임 업무를 병행하며 극도의 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명을 달리한 사건에 대해 일제히 성명을 내고 공무상 재해와 순직 처리를 촉구했다.

충남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새벽 충남 A중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B씨(남, 41세)가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2024년부터 시청각계(방송업무)를 맡아 각종 방송시설과 정보화기기 관리 업무를 사실상 전담해 왔다. 이러한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그는 가족과 동료 교사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꾸준히 호소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 B씨의 스마트폰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삼성헬스)에는 학교에서 하루 평균 1만 보 이상을 걸은 기록이 남아 있고 이 기록은 고인의 업무가 얼마나 과중했는지 입증하는 증거라고 노조측은 주장했다.

고인이 근무한 학교는 교실만 60개에 달하는 4층 건물 3동 규모의 대규모 학교로, 방송시설의 노후화로 교실마다 방송 송출 문제가 수시로 발생했다.

고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종일 건물을 오가며 쉴 새 없이 뛰어 다녀야 했고 이러한 과중한 업무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 2024년 메니에르 병을 진단 받았다. 치료를 받았으나 올해 1월 증상이 재발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방송업무를 맡아야만 했다.

또한 고인은 올해 8월 담당자 공석으로 인해 정보부장 업무까지 떠맡았다. 노후화돼 가는 전자칠판과 전자교탁 등 수많은 디지털 장비의 잦은 고장까지 관리해야 했지만 AS업체의 처리 지연으로 스트레스는 더욱 커져 갔다.

동시에 방송업무 인수인계까지 진행되면서 정보와 방송업무를 병행해야 했고 교권침해 문제가 있던 학급의 임시 담임까지 6월에 맡으면서 심리적·신체적 부담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차질 없이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심신의 고통은 끝내 감당하기 어려웠고 극단의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고인은 연휴 직전 수일 동안 극심한 불면에 시달렸으며 17일 신경정신과 진료를 예약해 둔 상태에서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현재 경찰은 유서 및 관련 정황을 조사 중이다.

사건 이후 유가족과 충남교사노동조합은 현재 충남교육감 면담을 공식 요청한 상태이며 교육청 차원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과 순직 지원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충남교사노조는 이번 교사의 사망을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교육현장의 구조적 실패’로 규정했다. 최재영 위원장은 “선생님은 건강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학생과 학교를 먼저 생각하며 묵묵히 책임을 다하셨다. 고인의 삶과 발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학교와 충남교육청이 반드시 협력해 순직 인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교사들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제도적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충청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도 7일 애도 성명을 내고 “교총은 전국의 선생님과 함께 고인이 되신 선생님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교총은 고인의 순직이 인정되고 교사의 생명과 교권이 존중받는 학교가 만들어질 때까지 모든 조직적 역량을 동원해 끝까지 투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충남지부도 8일 성명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선생님에 대한 공무상 재해와 순직 인정을 촉구한다”며 “교과 지도나 생활지도가 아닌 노후화된 장비를 다루면서 발생하는 업무 스트레스, 무방비로 노출되는 교권 침해로 인한 심리적 좌절, 추가로 떠맡겨진 업무에 대한 압박 등이 선생님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러한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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