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상승이 이어지자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승우 기자)
먹거리 물가 상승이 이어지자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승우 기자)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지난 5년 동안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가격이 꾸준히 오르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 또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2020년 9월 대비 2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6.2%로, 먹거리 물가가 6.7p가량 더 높게 올랐다.

품목별로는 과일 35.2%, 우유·치즈 및 계란 30.7%가 30%대를 기록했고 빵 38.5%, 케이크 31.7%, 떡 25.8%, 라면 25.3%가 오르며 ‘빵 및 곡물’은 28.0% 상승했다.

과자·빙과류·당류는 27.8%를 나타냈고 고춧가루·참깨 등을 포함한 기타 식료품 21.4%, 육류 21.1%, 어류 및 수산 20.0%로 20%대를 넘겼다.

비주류 음료에서는 커피·차·코코아가 38.2% 급등했고 생수·청량음료·과일주스·채소주스도 22.7% 올랐다. 반면 ‘주류 및 담배’는 5.0% 상승에 그쳤으나 주류만 보면 13.1%였다.

연도별 흐름을 보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2020년 4.4%, 2021년 5.9%, 2022년 5.9%, 2023년 5.5%, 2024년 3.9%로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는 2020년 0.5%,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였다.

체감 부담은 생활 전반으로 번지고 있었다.

대전 대덕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 씨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 빵과 유제품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며 “같은 메뉴로 도시락을 준비해도 예전보다 비용이 1만 원 가까이 더 들다 보니 과자를 줄이고 커피를 집에서 내려 마신다”고 말했다.

세종시 한솔동에 사는 3인 가구 김모 씨도 “과일값이 올라 간식으로 사는 빈도가 줄었다”며 “라면과 떡 같은 간편식도 예전처럼 ‘특가’ 체감이 적어 장바구니 구성 자체를 바꿨고 추석에도 장바구니 내용을 좀 바꿨다”고 했다.

외식비는 원재료 상승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음식 및 숙박’은 24.8% 올랐고 이 중 외식 비용을 뜻하는 ‘음식 서비스’는 25.1%로 더 높았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원가와 고정비 압박을 동시에 겪고 있었다.

대전 유성구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빵이 38.5%나 오른 통계가 낯설지 않다”며 “버터, 계란 등 핵심 원재료가 줄줄이 오르면서 인기 품목 가격을 조금씩 조정했는데도 손님 반응을 의식해 한꺼번에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제 밀가루 가격은 떨어졌다는데 국내 밀가루 가격은 변동이 없어 소비자들이 물어보면 말하기가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천안에서 분식점을 하는 최모 씨는 “떡과 라면이 각각 25.8%, 25.3% 오른 상황에서 임대료와 전기요금까지 오르니 메뉴당 마진이 예전의 절반 수준”이라며 “쿠폰·세트 판매로 객단가를 방어하지만 배달 수수료를 감안하면 매출이 늘어도 남는 게 적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대전 서구의 카페 운영자 정모 씨는 “커피·차·코코아가 38.2%나 오른 만큼 스페셜티 원두 가격도 예외가 아니고 컵·뚜껑·설탕 같은 부자재도 20% 안팎 인상돼 한 잔 가격을 500원 올렸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빠듯하다”고 전했다.

먹거리 외 품목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비누·샴푸·미용료 등이 포함된 ‘기타 상품 및 서비스’는 24.1%, 세제·청소용품과 세탁·청소 같은 가사 서비스를 포함한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는 19.4% 올랐다.

전월세와 공공요금을 아우르는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16.7%, ‘의류 및 신발’ 16.2%는 평균과 비슷했고 연료비·차량 유지비·대중교통 요금 등을 포함한 ‘교통’은 15.9%로 평균보다 낮았다. ‘오락 및 문화’ 9.5%, ‘교육’ 8.8%, ‘보건’ 6.2%는 상승 폭이 비교적 작았고 통신비는 0.2 하락했다.

경제계 한 전문가는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22.9% 오른 데 비해 전체 물가는 16.2% 상승에 그쳐 6.7p 격차가 누적됐다”며 “과일 35.2%, 빵 38.5%, 커피·차·코코아 38.2% 같은 고빈도 소비 품목의 급등은 체감 인플레이션을 키우고 외식 25.1% 상승은 자영업자의 가격 전가 한계와 소비 위축을 동시에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맞춤형 원가 완충과 유통 효율화가, 중기적으로는 농식품 공급망 안정과 가격 정보 투명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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