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일보 김현수 기자] 국내 연구진이 저에너지 영역에서의 암흑물질 탐색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두며 연구의 지평이 더 확장됐다.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코사인-100(COSINE-100) 국제공동연구진은 3년간의 관측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낮은 질량 윔프(WIMP) 탐색의 민감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도입해 탐색 가능한 에너지 한계를 획기적으로 낮추며 그동안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던 저에너지 암흑물질 분야에서 향후 연구 확장을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인 윔프(WIMP) 탐색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무거운 윔프뿐만 아니라 아직 탐색이 미진한 10 GeV(기가전자볼트) 이하의 ‘가벼운 암흑물질’ 영역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영역을 탐색하려면 검출기에서 발생하는 극도로 미약한 저에너지 신호를 잡음과 구분해 내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서 머신러닝 기반의 신호 판별 기술을 새롭게 도입해 기술적 난관을 돌파했다. 검출기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빛 신호의 파형을 인공지능으로 정밀 분석함으로써 기존 방식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잡음과 실제 신호를 0.7 keV(킬로전자볼트)의 초저에너지 영역까지 정확히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암흑물질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희미한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확보된 저에너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벼운 암흑물질의 흔적을 정밀 추적한 결과,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획기적인 성과를 얻었다.
먼저 스핀 의존(Spin-Dependent) 상호작용 분석에서는 2.5 GeV 질량 영역에서 세계 선도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수준의 검출 제한값을 확보했다. 특히, 원자핵과 암흑물질이 충돌할 때 전자가 방출되는 ‘미그달(Migdal) 효과’를 분석에 새롭게 포함해 탐색 가능 범위를 1 GeV 이하의 가벼운 암흑물질 영역까지 대폭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동안 탐색이 어려웠던 사각지대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또 스핀 독립(Spin-Independent) 상호작용 분석에서도 기존 코사인-100 분석 결과 대비 약 10배 향상된 검출 민감도를 달성했다. 이 향상된 민감도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이탈리아 다마(DAMA) 실험이 주장해 온 암흑물질 신호 영역(3시그마 허용 영역) 전체에서 윔프 신호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지난 9월의 연간 변조 분석에 이어 또 다른 방식(표준 윔프 모델)으로도 DAMA 주장이 성립하지 않음을 검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사인-100 공동대표인 이현수 박사(IBS 지하실험 연구단 부연구단장)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머신러닝을 통해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저에너지 탐색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가벼운 암흑물질 탐색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있다”며 “특히 미그달 효과를 적용해 1 GeV 이하 영역까지 탐색 범위를 확장한 것은 향후 암흑물질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2023년 양양에서의 실험 종료 후,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후속 실험 코사인-100U(COSINE-100 Upgrade) 검출기를 강원도 정선 예미랩(Yemilab)으로 이전해 2025년 9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코사인-100U는 섬광 수집 효율을 약 45% 향상시킨 고감도 검출기를 통해, 향후 20 MeV(메가전자볼트) 수준의 극저질량 암흑물질까지 탐색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는 아직 인류가 닿지 못한 미지의 암흑물질 영역을 개척하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일 물리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PRL)’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