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국제한류학회 이사
김인중 신부의 예술은 프랑스 샹보르 성 유리창을 통해 쏟아지는 빛으로 관람객을 향한 치유의 기도가 되었다. 공간에 빛을 부여하고, 빛은 다시 그 공간을 성스러운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가 프랑스의 한 고성에 새긴 ‘빛의 기도’가 희망의 홀씨 되어, 메마른 우리 삶과 분열된 사회 곳곳의 상처를 치유하는 사랑의 꽃으로 피어 나길 기대한다.

프랑스 르네상스 건축의 걸작인 샹보르 성(Château de Chambord) 내부에서 처음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그 역사적인 주인공은 한국인으로, 기독교 유럽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온 다세기(多世紀) 예술을 계승하고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인 김인중(Kim En Joong) 신부이다.
샹보르 성은 프랑수아 1세가 16세기 초에 지은 프랑스 르네상스 양식의 궁정으로, 고딕과 이탈리아 양식이 공존하는 독창적인 건축미를 자랑한다. 김인중 신부의 아름다운 작품은 샹보르 성 2층 850㎡ 전시 공간에 40여점이 배치되어 있다. 유리 위에 그린 그의 추상적 색채와 형태는 단절을 허용하지 않는 납선 없는 구조로, 자연광을 받아 빛의 분산을 극대화 한다. 그 결과, 건물 전체가 빛으로 호흡하는 하나의 신체처럼 살아 숨 쉬는 듯한 인상을 자아낸다.

전시공간 일부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 뿐 아니라 도자기와 회화도 함께 선보여, 김 신부 예술의 스펙트럼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초기 예술 교육이 서예와 회화(Calligraphie et Peinture)의 융합에서 출발 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붓의 제스처(Brush Gesture)가 어떻게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에 영감을 주는지 이해 할 수 있다. 동양화(東洋畵)와 서양화(西洋畵)가 만나 독창적인 세계화(世界畵)를 창조했다.

전시 공간 연출은 프랑스의 전시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인 나탈리 크리니에르가 맡았다. 그녀는 샹보르 성의 역사성과 김 신부의 영적 색채를 조화롭게 연결하며, 전시장의 리듬을 설계하였다. 단순한 예술 감상이 아닌, 빛의 성소를 순례하는 체험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감각은 이번 전시를 한층 품격 있게 만들었다.
전시 작품 중 특별한 것은 김 신부가 샹 보르 성에 체류하면서 직접 제작하여 샹보르 성 주보 성인인 ‘성 루이(Saint Louis)’에게 헌정한 대형 작품이다. 김 신부는유화와 아크릴로 제작된 2.16m × 7m 크기의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주요작품(Majesté)으로 여긴다. 성 루이는 중세 프랑스의 성군으로, 세속과 신의 영역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와 겸손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신부는 “이번 전시를 성 루이에게 바친다”고 밝히며, 그에 대한 경의와 신앙적 일체감을 작품 속에 담았다. 그는 성 루이를 “겸손하면서도 위대한 인물”이라 정의한다. 이 성인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강의를 들을 때, 학생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겸손하게 강의를 경청했던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를 가능케 한 것은 국립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샹보르 성(Château de Chambord)과 샤르트르 국제 스테인드글라스 센터(Centre international du vitrail de Chartres)의 긴밀한 협력이다. 김 신부의 작품 다수는 프랑스 루아르 공방, 독일의 페터스(Peters), 데릭스(Derix) 공방에서 제작되었으며, 공방 장인들과 김 신부의 협업은 예술과 장인의 경계를 허무는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샹보르 성의 중심부에 설치된 김인중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순한 전시품이 아니다. 그것은 기도이고, 고요한 성찰이며, 인간의 마음에 새겨 진 희망의 언어이다. 그는 “작품이 방문객들의 삶을 희망과 사랑으로 정화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는 신부로서의 소명과 예술가로서의 사명을 동시에 간직한 진심의 언어이다.

김 신부는 “예술은 사랑이다”라는 말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해왔다. 프랑스 정부가 2010년 김 신부에게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셰’를 수여한 것도 그의 독창성과 세계적 예술성을 높이 산 결과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이유는 그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빛의 샘’이 되어왔기 때문이다.
김인중 신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작품과 대화하며, 내면을 성찰하고 삶의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는 예술이 ‘현재와 미래를 잇는 창조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며,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예술 창조의 영감을 주고자 하는 그의 애틋한 기도이다.
이번 샹보르성 전시에는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에서 온 미술 관계자들과 순례객들이 관람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 개막일에는 김 신부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프랑스 내 인사들과 주프랑스한국문화원 관계자들, 샹보르성 재단 관계자들이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메마른 세상에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이번 전시는 2025년 3월 29일부터 8월 31일까지 특별전으로 계획되었으나 관람객의 반응이 좋아, 오는 11월 2일까지 연장되어 전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는 김 신부가 프랑스의 한 고성에 새긴 ‘빛의 기도’가 관람자들에게 위안과 치유로 기적이란 열매가 맺은 것이다. 이 빛의 기적이 분열과 상처로 얼룩진 우리사회를 사랑으로 치유하고, 서로 화합하여 공존의 꽃으로 피어나길 기대한다.
지금
프랑스 샹보르 성에는
김인중 신부의 ‘보이지 않는 색’으로
‘마르지 않는 샘 같은 감동의 빛’이
세계화(世界畵)로 흐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