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국제한류학회 이사

영국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은 셰익스피어의 고향이다. 그 이유만으로 매년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극장을 중심으로 한 도시 브랜딩, 문학과 관광의 결합이 만든 기적이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 문학과 예술, 관광이 어우러져 살아 있는 무대로 재탄생했다. 문학을 전공한 필자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사랑했고, 그의 정체성을 찾아 서른 즈음 처음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을 찾았다. 즐거운 감동이 영원히 남아 기억속 그곳은 힐링의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다. 그래서 늘 다시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글은 셰익스피어 유산의 성공사례를 통해, 옥천이 정지용이라는 유산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나아 갈 수 있는 성공 방안을 찾고자 하는 필자의 바람을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 생가.
셰익스피어 생가.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은 인구 약 3만 명의 소도시지만, 연간 6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다. 이 도시는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풍부한 문화유산이 도시 브랜드가 되고, 지역경제의 견인차가 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스트렛포드에이번역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 역.

이 도시는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보존과 함께 체험형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거리 곳곳은 셰익스피어 시대의 건축 양식을 유지하며,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Royal Shakespeare Theatre)을 중심으로 연중 상설 공연이 열린다. 이 극장은 셰익스피어 희곡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세계 각국에서 온 관객들에게 선보이며, 지역 청년들의 고용 창출과 예술교육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한다.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Royal Shakespeare Theatre).

지역 정부와 셰익스피어 생가재단(Shakespeare Birthplace Trust)은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세계적인 관광자산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관람과, 문학세미나, 아카이브 탐색, 가족 단위 체험활동, 어린이 교육 콘텐츠 등으로 다양화되어 있다. 

관광객들의 평균 체류일수도 영국 내 유사 도시들에 비해 높으며, 방문객의 상당수가 재방문하고 있다는 점이 탄탄한 관광 기반이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축제 또한 도시 성장의 핵심 요소다. 매년 4월에 열리는 ‘셰익스피어 생일 축제(Shakespeare Birthday Celebration)’는 지역주민, 학교, 예술가,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형 문화축제로 운영된다. 거리극, 전통 복장 행진, 낭독극, 북클럽 교류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도시 전체가 축제의 공간이 되고, 지역 상권과 예술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축제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역공동체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에이번 강(River Avon) 투어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
에이번 강(River Avon) 투어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

관광 인프라도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다. 철도와 고속도로 접근성이 우수하고, 도보 중심의 거리 설계, 친환경 숙소, 박물관 연계 셔틀버스, 방문객을 위한 전용 안내 앱 등은 관광객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또한 셰익스피어를 중심으로 한 세계 문학도시 간 네트워크 구축, 국제 학술 교류, 유럽 내 문학 페스티벌 참가 등은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을 ‘열린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주목할 점은 이 도시가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 한점이다. 과거 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 도시는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을 결합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업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살고 싶은 도시’로 탈바꿈하였다. 실제로 2013년 대비 약 10년간 전체 도시인구는 16.8% 증가한 것으로 보고 되었다. 이는 단기적 방문객 유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한 결과이다.

관광 수입 역시 도시 재정과 공공서비스 확충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교육기관과 도서관, 지역 문화센터 등이 관광수입 일부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 삶의 질 향상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고유의 문화자산을 중심으로 경제와 인구 구조를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은 지역소멸 대응의 글로벌 모범도시라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의 성공사례는 정지용 시인의 고향인 옥천에 큰 교훈을 준다. 정지용을 옥천의 대표 콘텐츠로 세우기 위해서는 셰익스피어를 중심으로 성공한 전략을 배워야한다. 다만 그대로 모방하기보다는 그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옥천 고유의 문학적 자산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실천 가능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옥천은 이미 정지용의 생가와 문학관, ‘지용제’라는 문화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연간 관광객도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지역 내 문학관광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유산이 지역경제, 청년 일자리, 국제 교류 등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용제 공연 무대 모습.
지용제 공연 무대 모습.

▲정지용 콘텐츠의 관광자원화 전략 

정지용의 시(詩)에는 인간, 고향, 자연에 대한 서정적 통찰이 담겨 있으며, 이는 옥천이라는 지역의 풍경과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따라서 이 문학적 정서를 옥천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화하고 산업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지용 시(詩) 산책길’은 시인의 주요 시구와 관련된 장소를 연결한 감성적 동선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며, 여기에 QR 기반 오디오 해설, 미디어 설치물, 주민 육성 낭송 등 다양한 체험 요소가 더해질 수 있다. 이 길은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학 소통 공간이 된다.

또한 청년 예술가들이 정지용의 시(詩)를 연극, 음악, 영상 등으로 재해석하는 ‘정지용 시극 창작 캠프’를 기획하면, 문학과 예술이 융합되는 창작의 장이 마련된다. 지역의 독립서점, 북카페, 공예상점 등과 연계한 ‘문학 골목 프로젝트’를 통해 시인의 언어를 일상 속에서 체험하게 하고, 굿즈와 교육 콘텐츠로 확장하면 지역 경제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국제 시(詩) 도시 포럼’, ‘정지용 다언어 시(詩) 낭독회’, ‘청소년 문학 창업 워크숍’ 등을 개최해 국내외 문학도시와의 교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권의 문학 유산을 공유하는 도시들과 협력해, 옥천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 거점이자 문화외교의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제적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용제에서 한 참가자가 정지용 시인의 모습을 하고 축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용제에서 한 참가자가 정지용 시인의 모습을 하고 축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지용의 유산을 ‘보존해야 할 대상’에서 ‘일상에서 향유할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문화, 교육, 예술, 지역경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정지용 유산은 오늘날 옥천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이 해마다 새로운 셰익스피어를 해석하고 공연하듯, 옥천 역시 정지용의 시(詩)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같은 지속가능한 노력들이 미래비전과 함께 제도화된다면, 옥천은 정지용의 문학유산을 기반으로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 경제와도 연결되는 새로운 문화관광도시 모델을 제시하게 된다. 나아가 ‘국제적 문화관광도시 옥천’으로의 도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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