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물가 상승률은 6∼7월 2%대를 나타낸 뒤 8월 1.7%로 주춤했으나 9월 2.1%에 이어 10월 2.4%로 두 달 연속 오름폭을 키웠다. 이번 수치는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이다.
아울러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OECD 기준 근원물가지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2% 상승해 지난해 7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을 보였고 국내 기준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도 2.5% 올랐다.
상승 압력은 서비스와 먹거리, 석유류에서 동시에 형성됐다.
개인서비스는 3.4% 올라 전체 물가를 1.14p 끌어올렸고 이 가운데 외식은 3.0%로 0.43p,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는 3.6%로 0.72p의 기여도를 기록했다.
특히 긴 추석 연휴에 따른 여행·레저 수요가 집중되며 관련 품목의 가격이 뛰었다. 해외단체여행비가 12.2%, 승용차 임차료가 14.5%, 콘도 이용료가 26.4% 급등했다.
상품 측면에선 공업제품이 2.3% 올라 물가를 밀어올렸다. 이 중 석유류가 전년 대비 4.8% 상승하며 지난 2월(6.3%)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고 전체 물가에 0.18p를 보탰다.
작년 10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에 최근 환율 상승, 유류세 인하율 축소 등이 겹친 영향으로 분석됐다.
전기·가스·수도는 0.4% 상승해 기여도는 0.02p에 그쳤다. 상수도료가 3.8% 올랐고 도시가스 0.4%, 지역난방비 0.3%가 뒤를 이었으며 전기료는 -0.4%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가공식품 가격은 3.5% 상승했으나 9월(4.2%)와 비교하면 오름폭이 둔화했다.
추석 연휴 기간 부침가루·식용유 등 명절 연관 식료품 가격의 하락 또는 상승폭 축소, 유통업계의 할인 이벤트가 영향을 미쳤다.
품목별로는 커피 14.7%, 빵 6.6% 등 일부 공산품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가공식품의 물가 기여도는 0.30p였다.
농축수산물은 3.1%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25p 끌어올렸다. 축산물 5.3%, 수산물 5.9%로 오름세가 뚜렷했고 돼지고기 6.1%, 고등어 11.0%의 상승이 눈에 띄었다.
농산물은 1.1%로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잦은 비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쌀 21.3%, 찹쌀 45.5%가 급등했고 과실류 10.9% 가운데선 사과가 21.6% 오르며 가격을 이끌었다.
반면 채소류는 출하량 증가와 전년 기저효과로 -14.1% 하락해 농산물 전반의 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했다. 세부 품목으로는 배추 -34.5%, 무 -40.5%, 토마토 -29.3%, 당근 -45.2%, 상추 -20.8%, 오이 -14.5%, 포도 -6.3% 등이 하락했다.
체감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2.5% 상승해 전월과 같은 흐름을 이어갔다.
기상·수급 여건에 민감한 신선식품지수는 -0.8%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품목 성질별로 보면 서비스 2.5%, 상품 2.3%로 전반적인 오름세가 유지됐고 지출 목적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 3.5%, 음식·숙박 3.2%, 교통 3.4%, 기타 상품·서비스 4.3%의 상승이 상대적으로 컸다.
물가 흐름은 올해 2%대 초반의 등락에서 10월 들어 2%대 중반으로 진입했다는 점에서 향후 변동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1월과 6월 각각 2.2%를 기록한 뒤 8월 1.7%로 내려앉았으나 9월 2.1%, 10월 2.4%로 상향 전환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휴 효과와 일부 공급 요인이 결합된 일시적 요인인지 비에너지성 서비스 중심의 근원 압력으로 확산되는지의 판단은 향후 몇 달의 흐름이 좌우할 전망이다.
이두원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지속적으로 큰 폭으로 오른다면 정책적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연휴에 따른 여행 수요의 영향이 더 크게 보인다”며 “민생소비 쿠폰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구윤철 부총리 겸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민생 경제의 핵심인 생활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김장철을 맞아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고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 유통 구조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