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중학교 한국어학급 참여 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대덕중학교 한국어학급 참여 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충남일보 윤근호 기자] 대전 지역 학교들이 언어와 문화를 넘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다문화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대덕중학교·대전자운초등학교·대전대화초등학교는 언어와 문화를 매개로 학생 간 교류를 넓히고, 한국어학급과 이중언어 교육을 통해 다양성이 존중받는 교육문화를 실천 중이다.

▲ 대덕중학교 한국어학급 ‘언어와 문화 넘어 미래로 나아가다’

대덕중학교는 다양한 교육활동과 함께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성장과 다문화 감수성을 지원하고 모두가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교육 공동체를 실현하고 있다.

2013년에 개설돼 올해로 13년째 운영 중인 대덕중 한국어학급은 대전 중·고등학교의 대표적인 다문화 교육 정책 학급으로, 외국에서 오래 거주하다가 입국한 이주배경학생들이 한국 학교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과 함께 생활 문화·적응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교육 전담 담임교사가 배치된 학교로, 1학기에서 4학기까지 멕시코, 태국, 중국, 파키스탄, 필리핀 등 5개국에서 온 10명의 학생이 함께 배우고 있다. 한국어학급은 무학년제 통합 형태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원적 학급과 한국어학급을 오가며 수업에 참여한다.

또한 4월부터 12월까지 주 2회 원어민 활용 이중언어 방과후활동을 운영해 다문화 학생의 언어적 강점을 살리고, 교육 격차 해소와 진로 탐색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어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이해 교육도 함께 이뤄졌다. 학생들은 전통문화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배우고 익히며 우리나라 사회 적응을 준비했다.

지난 8월 열린 여름특강에서 대덕중 다문화학생들이 김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지난 8월 열린 여름특강에서 대덕중 다문화학생들이 김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다문화학생을 위한 여름특강이 운영됐는데 ‘K-POP으로 관용어 배우기’, ‘보드게임으로 배우는 분수’, ‘김밥 만들기’ 등 흥미 중심 활동으로 구성돼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학생들은 “방학 중 집중 교육을 통해 한국어 실력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또 학교는 특색 있는 동아리 활동으로 ‘글로벌 리더스’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7교시 방과후 시간에 다문화 학생과 비다문화 학생들이 함께 핸드벨을 연습하며 합주 공연과 축제를 준비한다.

또 영어권 다문화 학생이 비다문화 학생에게 영어학습을 지원하고, 한국인 학생은 다문화 학생의 교과 학습을 돕는 멘토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자운초 한국어수업을 듣는 다문화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대전자운초 한국어수업을 듣는 다문화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 다문화 감수성과 언어의 다리 놓는 대전자운초등학교 ‘온누리반’

대전자운초등학교는 대전교육청 지정 다문화정책 연구학교로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주배경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어학급 운영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 향상과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의 활발한 운영이다.

대전자운초의 한국어학급은 ‘온누리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며 학년별 맞춤형 수업이 이뤄진다. 온누리 1반은 저학년(1~3학년), 온누리 2반은 고학년(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학생 개개인의 한국어 능력에 따라 세심하게 구성된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수업에서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 언어의 4가지 영역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들을 중심으로 진행돼 실용성과 활용도가 높다.

대전자운초 교내 이중언어 말하기대회에 참여한 학생. (사진제공=대전교육청)
대전자운초 교내 이중언어 말하기대회에 참여한 학생.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올해 한국어학급에서 가장 주목받은 행사 중 하나는 바로 ‘교내 이중언어 말하기대회’였다. 이 대회는 학생들이 자신의 모국어와 한국어를 모두 활용하여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다양한 국가 출신의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관람한 교사들과 학부모들 또한 “아이들이 두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큰 호응을 보였다.

언어 교육 외에도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태권도 수업과 국악(사물놀이) 수업과 그리고 한국 시장 체험 등이 있으며, 이들은 학생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몸소 익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또 올해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한국 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통 농촌 마을인 찬샘마을에서 김장 체험, 벼 탈곡, 전통 놀이 등을 함께하며 가족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대전자운초의 한국어학급은 단순한 언어 습득의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정체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문화 간 이해를 깊이 있게 가르치는 진정한 다문화 교육의 현장이다.

대전대화초 교내 이중언어 말하기대회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대전대화초 교내 이중언어 말하기대회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 대전대화초등학교, 대전 이중언어 말하기대회 ‘1위’ 쾌거

대전대화초등학교는 지난 7월 본교 도담실에서 ‘이중언어 말하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다문화 학생들의 언어적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전교생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마련됐다.

대회에는 시리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다양한 언어권을 배경으로 한 5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한국어와 모국어를 함께 활용해 ‘나의 꿈’, ‘가족 이야기’, ‘학교생활’ 등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줬다.

특히 필리핀 출신의 4학년 나탈리 학생은 유창한 이중언어 실력과 밝고 씩씩한 발표 태도로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아 교내대회 금상을 수상했다. 이 학생은 교내대회 우승을 바탕으로 대전교육청이 주관하는 ‘2025년 대전 이중언어 말하기대회’에 본교 대표로 참가해 뛰어난 실력과 자신감 있는 발표로 대전대회 초등부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대전대화초 이율희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언어와 문화를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감동받았다”며 “특히 본교 학생이 대전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우리 모두의 자부심이다. 앞으로도 다문화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살려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전대화초 이중언어 말하기대회는 단순한 언어 경연이 아닌, 학생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는 뜻깊은 시간이 됐으며, 학교는 앞으로도 학생 개개인의 언어적 재능과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