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일상은 평온하다. 높아진 하늘을 보며 힐링하고, 퇴근 후 OTT로 취향에 맞는 드라마를 몰아보며 소소한 행복을 즐긴다. 주말에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짜릿한 경기에 몰입할 수도 있다. 이는 곧 우리 2030세대가 추구하는 평범하고도 완벽한 갓생(God+生, 모범적인 삶)의 자유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중한 순간들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진지하게 기억하고 명심해야한다.
특히 많은 이들이 달콤한 초콜릿 과자를 주고받는 날로 기억하는 11월 11일이 바로 그 성찰의 날이다. 이날은 단순한 재미의 날이 아닌, ‘유엔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로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기꺼이 낯선 땅으로 달려온 세계 각국의 젊은 영웅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날이다. 우리 세대에게 11월 11일은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인증해야 하는 특별한 하루인 것이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일에 동참하며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선다. 우리가 태어나 누리고 있는 이 평화로운 일상, 자유로운 사회, 그리고 눈부신 대한민국이라는 현실 자체가 그분들의 숭고한 헌신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매 순간 깨닫는다. 6.25 전쟁 발발 후 7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 우리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이다. 하지만 보훈의 가치를 현장에서 실현하고 있는 한 직원으로서 보훈 업무를 하며 만나는 자료와 이야기들 속, 그분들이 치러야 했던 대가와 고통,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인류애의 깊이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다.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 참전용사 중에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많았다. 고향을 떠나본 적도 없는 어린 나이에,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쳤던 그분들의 용기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일상의 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너무나 거룩하고 무거운 책임감이었을 것이다. 그분들의 희생은 단순한 '군인의 임무'를 넘어선,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연대와 박애의 증거다.
11월 11일, 달콤한 과자를 잠시 내려놓고, 우리의 일상을 지켜준 영웅들을 단 1분이라도 기억하고 전 세계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턴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의 작은 묵념 하나하나가 그들의 헌신에 보답하고,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가는 힘이 될 것이다. 우리의 기억 챌린지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가 11월 11일 11시에 1분간 묵념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고, 그 가치를 지켜나갈 미래를 다짐하는 행위이다. 유엔참전용사들의 헌신은 대한민국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용기와 희망,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우정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분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지역 사회와 세계에 평화를 전파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고, 그들이 지켜낸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키며, 다음 세대에게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를 물려줄 의무를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