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가 중의원(하원) 전체 의석 465석 중 최소 45석 이상을 줄이는 법안을 올해 안에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감소한 의원 정수를 법률로 확정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일지는 법 시행 1년 이내에 여야가 합의해 정하기로 했다.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고려할 때 비례대표 중심 감축이 유력하지만 비례 비중이 큰 소수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일본 의회는 자민당 1당 독주, 뿌리 깊은 세습 및 계파 정치, 잦은 내각 교체와 그에 따른 정책추진력 저하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이 세계의 모범이던 시절에도 정치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런 일본 정치권도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 의원 정수를 꾸준히 줄여오고 있다. 511명이던 중의원 수는 1996년 500명으로 줄었고 이후 2000년 480명, 2014년 475명, 2017년 465명으로 줄었다.
이번에 420명 선으로 줄면 약 30년에 걸쳐 18%가 줄어든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많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를 하면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 '국회의원을 줄이고 특권 200가지가 넘는 것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우리 국회는 선거철에 지역구 통합 얘기만 나오면 '너 죽고 나 살자'식이 펼쳐지고 특권을 줄이자는 말에도 침묵한다. 결함이 있는 일본 의회지만 한국 국회가 꿈도 못 꾸는 의원 수 감축에 성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선 일본이 국민 뜻에 더 민감한 셈이다.
우리는 현재 국회의원이 지역구 의원 253명과 비례대표 의원 47명을 합해 총 300명이다. 이들은 국민을 위한 국론의 장이 국민 분열을 일으키는 싸움판으로 변질되고 있기 일쑤다. 의원 수를 대폭 줄여서 질 좋은 의원을 뽑자는 의도다. 많은 국민들은 정쟁에 몰두하는 국회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데 비해 지나치게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일각에선 지역구 의원에 비해 적은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늘려야 선거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국회가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조사한 정치개혁 국민인식조사 결과에서도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반대 57.7%, 찬성 29.1%로 반대가 압도적이다.
인구 3억이 넘는 미국 하원이 435명이고, 인구 1억3000명인 일본 중의원이 435명인데 인구 5천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 이 많은 국회의원을 둘 필요가 있는가? 국회의원 한 명을 먹여 살리는 비용만도 한해 5억 원이 드는 판이다. 출산율이 OECD 최저인 0.78명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선 안된다.
유권자 감소 등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 정수 줄이기는 당연지사가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