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고등학교 다문화 학생동아리 소속 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서일고등학교 다문화 학생동아리 소속 학생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충남일보 윤근호 기자] 우리 사회는 이제 ‘다문화’라는 단어를 특별한 영역이 아닌 일상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외국인 체류자 수가 인구의 5%를 넘어서며 다문화 사회 기준을 충족한 지금, 학교 현장 역시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에 서 있다. 낯섦을 향한 편견을 걷어내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배움의 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학교가 다문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2025학년도 ‘다누리 학생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서일고등학교와 대전송강초등학교의 활동들은 학생들이 다문화를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서일고 다문화 학생동아리 학생들이 다문화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서일고 다문화 학생동아리 학생들이 다문화의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 다문화와 가까워지는 서일고 ‘다다익선 프로젝트’

서일고등학교의 다문화 학생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1년간 ‘다정한 만남’이라는 활동 주제에 따라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학생들은 다문화 이슈에 대한 기초 이해부터 사회적 편견, 정책적 관점까지 폭넓게 탐구하며 다문화 사회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활동은 다문화 관련 기사와 자료 조사였다. 연예인 악플 사례, 이주배경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 외국인 체류자의 증가, 사회의 편견이 담긴 표현 등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하며 학생들은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더불어 세계시민교육 관련 도서를 읽고, ‘다문화 학생 대상 교육 지원 확대’, ‘입시·취업 가산점의 공정성’ 같은 정책적 주제로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이후 학생들은 정책 제안서까지 직접 작성하며 문제의식을 보다 구체적 행동으로 발전시켰다.

특히 이 탐구 과정에서 오만과 편견을 읽고 ‘편견은 인성보다 강력한 사회적 요인이다’라는 논제로 전국청소년독서토론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이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 활동은 학생들이 스스로 사유하고 사회적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본 증거이자 다문화 인식 개선의 실질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활동은 이주배경 학생과 비이주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정(情)’이었다. 벚꽃길 산책, 감사 편지와 꽃 전달하기, 환경정화, 체육 활동, 보드게임, 축구 경기 관람 등 함께 여러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인생 목표와 진로를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곡해없이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서일고 다문화 학생동아리가 제작한 세계 종교 관련 영상.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서일고 다문화 학생동아리가 제작한 세계 종교 관련 영상. (사진제공=대전교육청)

세 번째 활동은 한민족에서 벗어나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 목적의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각 분야에서 자신있는 학생들이 모여 각각 문학, 세계 종교, 건강, 반도체, 계좌이체 하는 법 등의 주제로 영상을 촬영했다. 제작된 영상은 영상 플랫폼에 공유해 여러 다문화 학생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조회수 700회를 넘기며 긍정적 반응을 얻었고, 영상 댓글을 통해 질문에 답변하며 학습자를 돕는 모습에서는 학생들이 다문화를 ‘돕는 마음’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활동은 만남을 통해 소통하는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학생들은 다문화를 상징하는 캐릭터 키링을 직접 디자인해 제작했고, 이후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한 홍보 영상을 제작한 후 미션을 완료한 학생들에게 키링을 선물했다. 또 에티오피아, 미국, 태국, 일본, 중국 등 다섯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체험 부스를 운영해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를 친근하게 접하도록 돕기도 했다.

이 같은 서일고의 1년 활동은 학생들이 다름을 다름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소통을 이어가도록 하는 시간이었다. 서일고 관계자는 “학교에서 시작된 이 첫걸음이 장차 사회로 나아가서도 두 걸음, 세 걸음이 되고, 혐오의 날선 시선보다는 따듯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민주 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대전송강초 다누리 동아리 활동 모습. (사진제공=대전교육청)
대전송강초 다누리 동아리 활동 모습. (사진제공=대전교육청)

▲ 즐거움 속에서 깨우치고, 공감하는 대전송강초 다누리 동아리

대전송강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4명이나 포함된 2학년 2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누리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함께 하는 세계여행! 하나 된 우리’란 주제로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 문화를 체험해보는 활동을 연중 실시했다.

대전송강초 다누리 동아리는 세계 여러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익히기 위해 각 나라별 독특한 문화와 우리나라의 문화를 비교해봤다. 또 여러 나라 민속문화를 조사하며 공예품도 함께 만들고 서로가 국적, 피부색, 언어는 달라도 하나가 되는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그 제목에 걸맞게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활동들을 주로 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도 살펴보고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도 살펴봤다. 또한 다문화 학생 부모의 나라에 대해서도 집중해서 알아봤다. 다양한 북아트 활동과 각 나라별 민속놀이, 전통 놀이를 함께 하며 처음의 서먹서먹했던 모습에서 어느덧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하나가 되는 소통의 시간이 됐다.

대전송강초 다누리 동아리 학생들이 여러 나라의 전통 놀이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대전송강초 다누리 동아리 학생들이 여러 나라의 전통 놀이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전교육청)

다누리 동아리 참여 학생들은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걱정했는데 더 좋다”, “인도에서 전학 온 친구와 이야기할 수 없어 답답했는데 몸짓, 발짓으로도 이야기가 통하니 신기하다”,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외국어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학생들은 활동을 이어갈수록 처음 접하는 활동뿐 아니라 이미 해 본 경험이 있는 놀이도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하니 더 즐겁고 재미있다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이었다.

대전송강초 관계자는 “모두가 하나돼 함께한 이번 ‘함께 하는 세계여행! 하나 된 우리’ 활동은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놀이 활동으로 서로 협동심과 배려심을 키우고 친구와 소중한 추억을 쌓으며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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