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일보 윤근호 기자] KAIST는 화학과 변혜령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 손창윤 교수팀과 공동으로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유기 고체 전해질 필름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차세대 고에너지 전지로 주목받고 있는 리튬메탈전지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할 경우 화재 위험이 높아 상용화가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유기 고체 전해질’은 상온에서 리튬 이온의 전달 속도가 느려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구멍이 일정하게 배열된 다공성 구조의 ‘공유결합유기골격구조체(COF)’라는 신소재를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약 1/5수준(두께 약 20μm)의 고체 전해질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리튬 이온을 전달하는 기능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정교하게 배치해, 기존에는 높은 온도에서만 이동하던 리튬 이온이 실온에서도 기능기를 따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고체 전해질 구조를 구현했다.
특히 리튬 이온이 쉽게 떨어져 나오고(해리) 이동할 수 있도록 ‘이중 설폰산화 기능기’를 나노 기공에 도입해 리튬 이온이 가장 짧은 직선 경로를 따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분자동역학(MD)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구조는 리튬 이온이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낮춰, 적은 에너지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실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이번에 만든 전해질 필름은 스스로 가지런히 배열되는 ‘자가조립’ 방식으로 만들어져 표면이 매우 매끄럽고 구조가 균일하다. 이에 리튬 금속 전극에 빈틈 없이 잘 달라붙어 이온이 전극 사이를 오갈 때 더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개발된 전해질은 기존 유기계 고체전해질보다 리튬 이온 이동 속도가 10~100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리튬메탈 기반 리튬인산철(LiFePO₄) 전지에 적용한 결과, 300회 이상 충·방전을 반복한 후에도 초기 용량의 95% 이상을 유지했으며,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는 높은 안정성을 입증했다.
변혜령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온에서도 빠른 리튬 이온 이동이 가능한 유기 고체전해질을 구현해 리튬메탈전지의 상용화에 한 걸음을 앞당긴 성과”라며 “무기 고체전해질과 하이브리드 형태로 결합할 경우 계면 안정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KAIST 화학과 최락현 대학원생이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