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제재(2850개) 중 각 항목별 비중. (사진제공=한경협)
중복제재(2850개) 중 각 항목별 비중. (사진제공=한경협)

[충남일보 김현수 기자] #협력업체 간 원자재 가격 급등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에 참석한 D사 대표는 “납품단가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담합 정황으로 판단해 조사에 착수했다. 명시적인 가격 합의가 없어도 ‘부당공동행위’로 간주될 경우 징역 3년, 벌금 2억 원,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 최대 4중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던 B씨는 점포 앞에 천막형 테라스를 설치했다가 ‘무허가 증축’으로 고발당했다. 가벼운 천막이라 문제없다고 생각했지만, 건축법상 증축으로 간주돼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던 A씨는 라벨이 일부 훼손된 제품을 내용물 이상이 없다는 판단 아래 판매했다가, 화장품법 위반으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 원 이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던 C씨는 동일인의 친족 주식 보유 현황을 일부 누락했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허위 제출’로 간주돼 검찰에 송치됐고 징역 2년 또는 벌금 1억5000만 원형에 처해질 상황에 놓였다.

이처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21개 부처 소관 346개 경제법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8403개의 위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1.6%인 7698개는 양벌규정이 적용돼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

중복 수준별 제재 현황. 단일 제재 개수(경제형벌 중 비율) 5553개(66.1%). (사진제공=한경협)
중복 수준별 제재 현황. 단일 제재 개수(경제형벌 중 비율) 5553개(66.1%). (사진제공=한경협)

또 전체의 34%인 2850건은 징역·벌금 외에 과징금이나 과태료가 더해지는 중복 제재 대상이었다. 구체적으로 2중 제재 1933건, 3중 제재 759건, 4중 제재 94건, 5중 제재 64건에 달했다.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만으로도 담합으로 추정돼 징역, 벌금, 과징금,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과중한 규제가 실무자의 단순한 업무 착오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점포 앞 천막 설치, 친족 주식 현황 누락 등 경미한 행위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중복제재와 단순 행정 위반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현 제도는 기업 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경영 리스크를 높인다”며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OECD 대부분 국가가 담합·시장지배 남용 등 중대 위반에만 형사처벌을 적용하고 있다”며 “단순 행정 의무 위반은 행정질서벌로 전환하는 등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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