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의 국정감사가 여야 위원들 간 고성이 난무하는 거센 충돌로 시작, 한때 파행을 빚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회 직후 서로 신체를 부딪치는 ‘배치기’ 싸움까지 벌였다. 급기야 물리적 충돌까지 빚는 모습은 올해 국감이 얼마나 볼썽사나웠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여야가 마치 국감의 피날레로 오래 준비해온 장면 같았다. 국회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금지한 국회선진화법이 무색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야 위원들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불출석을 두고 이틀째 격렬하게 대립했다. 여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법률비서관이었던 주 의원의 국감 참여는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 의원이 “김 실장에 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 ‘입틀막’을 하고 있다"라고 반발하면서 양측 간 충돌이 가열되기도 됐다. 참 한심한 일이다.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출석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국정감사는 ‘역대 최악의 저질 국감’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이미 받았다.

본연의 임무에는 낙제점을 받더니 급기야 몸싸움 추태까지 벌이는 국회의원들에게 혈세를 들여야 하나 하는 마음에서 국민들은 십 원 한 장을 아까워했다. 올해 국감은 당초 여야가 내건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세 인물과 관련된 논란으로 시작과 끝을 맺은 셈이나 다름없다.

법제사법위원회의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대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최민희 위원장 자녀 결혼 축의금 논란, 운영위의 김현지 부속실장 관련 힘겨루기로 국감 내내 시끄러웠다.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낸다는 말이 있듯 이들 상임위의 대치와 충돌이 워낙 요란해 다른 상임위의 중요한 현안들은 파묻히기 일쑤였다.

이런 식의 소모적인 국감 행태에 ‘국감 무용론’을 넘어 ‘국감 방지법’이라도 만들고 싶은 게 국민들 마음일 것이다. 이제 국감을 마무리하고 예산 정국이 본격화되지만 예산안 심사를 놓고선 또 얼마나 대립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이제 국감을 마무리하고 내년도 예산 정국이 본격화되지만 예산안 심사를 놓고선 또 얼마나 대립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내년도 나라 살림을 다루는 예산 심사마저 조희대, 최민희, 김현지 대치의 연장선 이어선 안 된다. 여야가 이제부터라도 힘자랑이나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 민생을 돌보는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 국민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싸움을 잘 하는 쪽보다 민생을 돌보는 역할에 충실하는 쪽에 표를 던질 것이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여야가 이런 제도적 문제를 극복하면서 본래 취지에 맞는 국감이 아쉽다. 머리를 맞대고 법을 바꾸면 되는데 남 탓하면서 호통치는 맛에 국회의원한다는 식의 구태를 버려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 국감을 한다지만 누구도 그런 국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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