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검찰이 대장동 사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민간 사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일부 무죄 판결 시 거의 100% 항소해 온 그간의 업무 관행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내려졌지만 선고 형량이 검찰 구형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국민적 의구심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항소가 없으면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사실상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내부 갈등도 불거졌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2심에서 형량을 높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항소 포기는 사실상 1심 판결의 확정을 의미한다. 

1심 재판부조차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집행에 대한 사회 신뢰를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했는데도 검찰은 사법적 판단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에서 항소 포기 결정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법무부 장차관의 의견의 결정이 반영됐다는 내부 주장까지 나오며 정치적 개입 의혹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민간업자 비리를 넘어 공직자와 권력 간 유착 가능성, 사법 판단의 독립성과 검찰 권한 행사 문제까지 얽힌 복합적 사안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의 과거 의혹과도 맞닿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항소를 포기한 것은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만약 이번 결정이 법리 판단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면, 권력 개입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일선 수사팀의 의견이 외압으로 묵살됐다면 사법 정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과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경위와 수사 외압 여부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1심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의 배임과 뇌물 중 배임만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에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428억 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뇌물은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적잖다. 갑작스러운 항소 포기로 두 사람의 뇌물죄 무죄가 확정된 만큼 공범 혐의를 받는 정진상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8000억 원에 육박하는 부당이익의 국고 환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1심 재판부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최소 1128억 원을 손해 봤다고 판단하면서도 총 추징액은 5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장동 업자들이 얻은 불법 이익(검찰 추정 7886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7000억 원 이상의 국고 환수 길이 험난해졌다.

항소 포기는 단순 절차가 아니라 검찰권의 핵심적 행사로 이를 외부가 사실상 제어했다면 검찰 수사의 독립 원칙은 심각하게 훼손된 셈이다. 검찰은 무슨 기준과 논리에 따라 어떤 과정을 거쳐 이번 결정이 내려졌는지 국민 앞에 소상하고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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