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통계를 종합하면 전 세계 인구 10명 중 3명 이상이 근시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병률이 가장 높은 시력 질환은 바로 '근시'다. 눈의 굴절에 이상이 생겨 물체의 상이 망막 앞쪽에 맺히면서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뚜렷하게 볼 수 없는 증상이다. 이 중에서도 소아·청소년 근시 증가세가 폭발적이라 충격적이다.
통상 소아청소년기 시력이상(한쪽이라도 시력 0.7 이하)의 90% 이상은 근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소아·청소년의 시력이상 비율은 1980년대 9%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57%로 6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교육부 학교건강검사에서도 시력 이상으로 판정받은 학생 비율이 초등학교 1학년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또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7)에서는 5∼18세의 근시 및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 유병률이 각각 65.4%, 6.9%로 조사됐다. 13살에는 근시율이 76%에 달했고, 16살 이후에는 고도근시율이 20%까지 올랐다. 문제는 근시가 안경 하나로 끝나는 단순 시력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근시가 생기면 망막과 시신경이 늘어나면서 구조적 손상이 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시력 회복이 불가능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시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결정적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태블릿, 온라인 학습 등 근거리 작업이 늘고, 실외 활동이 줄어든 탓도 크다.
실제로 스마트폰·태블릿·컴퓨터·TV 등 디지털 화면 기기를 1시간 더 사용할수록 근시 발병 확률이 약 21%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근시를 막기 위해서는 하루 2시간 이상 야외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야외 활동을 하면 햇빛에 의해 망막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안구의 과도한 성장을 억제하는데, 실내 생활이 길어지면 이 과정이 차단된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근시로 진단된 아동은 눈의 안축장(각막에서 망막까지의 길이) 성장 속도와 근시 진행 정도를 꾸준히 관찰해야 하며, 비문증(날파리증)이나 광시증(빛 번쩍임)은 망막박리 전조일 수 있으므로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40살 이상 성인도 예외는 아니다. 근시 상태에서는 망막열공, 근시황반병증, 녹내장, 백내장 등이 잘 생기므로 1년에 한 번은 안전검사(눈 내부 촬영)를 받는 것이 좋다.
근시는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시력을 지킬 수 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시력 검진 비용 일부를 지원하지만, 고도근시 환자를 위한 안경 렌즈 비용 지원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근시 안경 렌즈는 도수가 높아질수록 비용도 높다. 초고도 근시자는 안경 렌즈 비용이 만만찮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