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극단적 기상현상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요인으로 빠르게 고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의 성장‧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당 30mm 이상 집중호우 발생일수는 2000년대 39일에서 2020년대 49일로 23.9% 늘었고 특히 시간당 50mm를 넘는 격렬한 비가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폭염일수도 같은 기간 46일에서 67일로 44.9% 증가했다. 2023년 이후 3년은 기록적 집중호우와 폭염이 잇따르며 경제 충격이 누적됐고 올해도 하절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작년에 버금가는 수준의 기상 이변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집중호우는 건설업·농림어업·대면서비스에 직접 타격을 준다. 공사 중단으로 건설업 생산이 단기에 큰 폭 줄고 농경지 침수와 가축 폐사로 농림어업 피해가 커진다.
보고서는 집중호우 발생일수가 열흘 늘면 연간 농림어업 성장률이 약 2.8p 감소한다고 추정한다. 음식·숙박업 등 대면서비스는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외식물가에 전가되며 수요 위축이 재차 확대되는 경로가 확인됐다.
반면 제조업은 실내 작업 비중이 높아 영향이 제한적이고, 온라인 소매 확대가 오프라인 위축을 일부 상쇄한다.
폭염도 외부활동과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부정적 효과가 커진다.
건설업은 당장 충격은 작지만 작업 속도 저하가 누적돼 4~6개월 뒤 뚜렷한 마이너스가 나타난다. 농림어업은 통계상 일관된 감소가 두드러지진 않더라도 여름무 등 계절 과채류 생산 감소, 축산물·양식어류 폐사, 산란계·젖소 생산성 저하 사례가 지속 보고되고 있다.
또한 대면서비스는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원재료 가격이 외식물가로 반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더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다만 냉방가전 판매 증가와 전력 소비 확대가 소매와 전기업에 단기 플러스 요인을 주지만 전기요금 부담과 수입 연료 의존도를 감안하면 성장 기여는 크지 않다.
물가 압력도 분명하다. 올여름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며 시금치·깻잎 등 채소류, 복숭아·수박 등 과실 가격이 큰 폭 올랐고 가금류 폐사로 축산물 가격이 상승했으며 계란 가격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조업·양식 차질이 커지면서 고등어·오징어 등 수산물 가격도 강세를 이어갔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10% 오르면 3분기 후 외식가격이 0.9%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번 여름의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은 3분기 소비자물가에 0.3p, 연간으로는 0.1p의 상방 압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극단적 기상현상은 성장 둔화와 물가 불안을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 리스크로, 충격이 사회간접자본의 임계치를 넘으면 피해가 비선형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우리 인프라와 재난 대응 체계가 과거 기후를 전제로 설계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장기 기후 시나리오를 반영한 기반시설 보강과 선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정여력이 취약한 지방 소도시·군은 방재 투자 한계가 뚜렷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우선순위 설정이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정부와 지자체는 인명·재산 피해 최소화, 농축수산물 공급 안정, 에너지 수급 관리,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경제 전반의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균형 있는 정책 조합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