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입물가가 모두 상승하자 지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수출입물가가 모두 상승하자 지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충남일보 이승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10월에 2% 넘게 오르면서 수입물가와 수출물가가 모두 넉 달째 동반 상승한 가운데 충청권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25년 10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10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9% 상승했다.

수입물가가 오른 것은 지난 7월(0.8%) 반등 이후 넉 달 연속이며 상승 폭은 올해 1월(2.2%)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크다. 수입물가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서도 0.5% 올랐다.

품목별로는 원재료가 원유 등 광산품 가격 하락 영향으로 전월 대비 0.6% 내렸다.

반면 중간재는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9.7%, 1차금속제품 5.7%, 화학제품 1.5% 등이 일제히 오르며 3.8% 상승했다.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1.3%, 1.7% 오르면서 전반적인 수입 가격 수준을 끌어올렸다.

세부 품목에서는 기타귀금속정련품 15.7%, 암모니아 15.2%, 동정련품 10.3%, 인쇄회로기판 8.3%, 이차전지 4.7%, 냉동수산물 3.7% 등에서 상승 폭이 컸다.

국제유가는 낮아졌지만 환율 상승 효과가 이를 상쇄했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9월 배럴당 70.01달러에서 10월 65.00달러로 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91.83원에서 1423.36원으로 2.3% 오르면서 원화 기준 수입 가격을 밀어 올렸다.

수출물가도 고환율과 반도체 가격 급등이 겹치며 큰 폭으로 뛰었다.

10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전월 대비 4.1% 상승했으며 상승률 기준으로는 지난해 4월(4.4%)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이와 함께 수출물가는 7월 이후 넉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월 대비 농림수산품은 2.8% 올랐고 공산품은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10.5%, 1차금속제품 4.9% 등을 중심으로 4.1% 상승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전자 품목이 수출물가를 끌어올렸다. 대표 품목인 D램은 20.1%, 플래시메모리는 41.2% 급등했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가격이 뛴 영향이다. 은괴 18.8%, 동정련품 9.9%, 제트유 4.0% 등도 강세를 보였다.

무역지표에서는 수입과 수출의 물량·금액 흐름이 엇갈렸다. 달러 기준 10월 수입물량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올랐으나 수입금액지수는 2.4% 하락했다.

수출물량지수는 화학제품과 운송장비 감소 영향으로 1.0% 줄었고 수출금액지수도 0.5% 내려갔다.

다만 교역조건은 개선세를 이어갔다. 수출상품 한 단위 가격으로 얼마나 많은 수입상품을 들여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6.62로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해 28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지역을 살펴보면 대전·세종·충남에는 이번 수출입물가·환율 흐름이 양면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충남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산기록매체, 석유화학, 정유 등을 중심으로 전국 상위권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2024년 기준 대전·세종·충남 전체 수출액 가운데 약 9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수출 거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만 단일 품목으로 수백억 달러 수준에 이르고 최근 반도체 단가 회복과 AI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충남 수출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수출물가 상승은 지역 주력 수출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단가 협상력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대전과 세종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우주·항공, 첨단 장비, 화장품, 의료·헬스케어 등 고부가가치 소비재·기술집약 제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 대전은 인공위성(우주선), 화장품, 고무·플라스틱 가공기계 등에서 수출이 크게 늘며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품목은 달러 기준 계약이 많아 원화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수출 단가와 채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동시에 부품·소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비율이 높은 산업 구조상 수입 중간재 가격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특히 충남의 반도체·석유화학, 대전의 첨단 제조업·장비 산업에는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정유·석유화학처럼 에너지·원료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수출단가 상승과 함께 에너지·원재료 조달비도 함께 올라 대기업에는 이익·비용이 동시에 확대되고 가격 전가 여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 협력업체에는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충청권 수출 구조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석유화학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환율이 수출액과 무역수지 지표를 개선시키는 동시에 생산비 구조를 왜곡시키는 양면성을 가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대전·세종·충남 지역에는 수출 대기업 외에도 수출·수입을 병행하는 중소기업이 다수 분포해 있다.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환헤지 전략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환율 급등기에 원자재·부품 수입 비용이 크게 불어나고 물류비·단가 인하 요구까지 겹치면 수익성이 악화되기 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경제계 한 전문가는 “같은 고환율 환경이라도 충청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받는 영향은 뚜렷하게 다르다”며 “충남을 중심으로 한 수출 대기업은 단가 상승과 채산성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반면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중소 제조업체와 내수·서비스 기업은 수입 원자재 가격과 운영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수출입물가 상승과 고환율 기조는 지역 경제 전반에 수출 확대 효과와 비용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는 국면”이라며 “향후 환율과 국제유가 추이, 정부의 물가·수출 지원 정책이 충청권 제조업과 고용시장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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