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이면 충남도청이 대전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전한지 13년을 맞게 된다. 지난 2012년 12월 28일 대전광역시 중구 선화동에 위치했던 충남도청은 허허벌판이었던 홍성·예산 일원의 내포신도시로 이전했다.
당시 충남도청 이전을 환영하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충남도청에서는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고 환영 퍼레이드는 예산수덕사 톨게이트와 신양 톨게이트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홍성군 취타대와 예산군 풍물단이 이끈 퍼레이드는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홍성 조양문, 예산 버스터미널을 거쳐 내포신도시 신청사에 도착했다. 이날 환영 행사와 함께 충남도청의 ‘내포신도시 시대’ 막이 올랐다.
내포신도시는 충남도청을 비롯해 충남도의회,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 등이 자리를 잡으면서 충남의 ‘행정타운’으로 불린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인 2016년 1월 ‘서울살이’를 접고 내포에 자리를 잡았다. 언론사를 옮기면서 국회에서 충남도청 등으로 출입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연지사 서울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시골살이’의 여유로움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나 내포신도시가 처해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정주 여건이 미흡한 것은 둘째 치고 당장 고질적인 축산 악취 문제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바람 부는 날이면 스멀스멀 날아 오는 지독한 축산 악취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고 여름철이면 아파트 문도 못 열고 어린 아기가 잠을 깰 정도로 악취가 심했다.
어디 그 뿐인가. 내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의 연료 문제로 충남도청 앞에서는 주민들의 시위가 그치질 않았다.
당초 2016년 말 내포신도시에 폐비닐과 폐타이어 등 고형폐기물연료(SRF)를 사용하는 열병합 발전시설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SRF 발전소가 건강권 침해와 환경오염을 초래한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열 공급이 중단될 위기마저 맞았다. 결국 2년 가까이 논란에 논란을 거듭한 끝에 타협점을 찾으며 폐기물고형 연료에서 LNG로 전환하게 됐다.
후일담이지만 충남도청에서는 악취와 연료 문제로 예정에 없이 기자 간담회가 자주 열렸고 집행부에 여론을 가감없이 전하기 위해 주민들이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를 핸드폰에 깔아 준 기억이 새롭다.
‘산 넘어 산’ 격으로 당시의 정주 여건은 ‘신도시’가 아니라 ‘구도시’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개발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아파트 단지는 입주가 되질 않아 불빛이 꺼진 곳이 많았고 홍예공원이나 도심 주변은 밤만 되면 인적이 드물 정도로 황량하고 어두웠다.
이에 따라 내포신도시 발전을 위해 220만 도민들의 열망에 힘입어 수도권의 공공기관 이전을 근거로 한 혁신도시 지정에 공을 들여 성공했지만 5년 동안 ‘희망고문’만 당한 채 공공기관 이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내포신도시의 발전상은 어떨까. 인프라 측면에서 경기도 화성에서 충남 홍성을 잇는 서해선이 개통됐고 화성과 평택을 잇는 경부선 직결과 서산 공항 건설도 추진중이다.
충남도 내 유일한 지상파 라디오인 도로교통공단(TBN) 충남교통방송국 역시 최근 문을 열었고 확정된 충남대 내포캠퍼스 건립과 카이스트 영재학교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내포신도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충남스포츠센터도 최근 시범 운영에 들어 갔고 충남미술관과 충남 예술의 전당,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도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내포신도시가 13년에 걸쳐 정주 여건이 어느정도 조성되고 기반이 마련되고 있지만 현재 인구는 4만 5000여 명 수준이다. 지난 민선 7기부터 2020년 10만 명을 목표로 내세웠 것에 비하면 턱 없이 못미친다. 그만큼 발전의 속도가 느리다는 방증이다.
더디기만한 내포신도시 발전을 위한 최대의 관건은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공공기관 유치에 따른 파급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는 물론 정주 여건 확대, 경기 활성화, 인프라 확충 등의 도미노 효과를 가져 올 것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또한 홍성의 국가산단과 예산의 농생명바이오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한 기업 유치를 비롯해 종합병원 건립, 충남대 내포캠퍼스와 카이스트 영재학교 건립, 대형 백화점과 터미널 건립, 홍예공원 명품화 사업 등도 내포신도시 발전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내포신도시가 명실공히 충남의 도청 소재지이자 행정타운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들 핵심 사업들에 대한 행정력은 물론 정치력, 도민들의 의지 등 ‘삼박자’가 담보돼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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