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국감은 행정부의 예산 집행의 적절성과 정책 수행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보완과 대안을 제시하는 입법부의 대표적인 역할 중 하나다. 헌법과 국정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정은 의회의 입법작용 뿐만 아니라 행정·사법을 포함하는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국감의 비판과 감시의 순기능 측면에서 눈에 띠는 성과는 적지 않았다. 정계를 은퇴한 심상정 전 의원은 지난 2004년 국감에서 재정경제부가 외환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고 폭로해 반향이 컸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당시 초선인 박 전 의원은 국감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을 공개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당내 비주류에 머무른 박 전 의원은 일약 국감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시작된 제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다음 달 1일까지 총 26일간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802곳의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마무리 수순이다.
올해 국감을 총평을 하자면 22대 첫 국감인데도 불구하고 신선도나 질적인 면에서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감은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사안이 블랙홀로 빨아들인 ‘정쟁 국감’이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민감한 뇌관들을 둘러싸고 상임위 곳곳에서 충돌하다 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국회 고유의 기능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주요 상임위에서 각종 의혹 제기에 이어 여야 간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다. 비판의 수위가 올라가다 보니 일부 의원들은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피감기관의 안하무인 태도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의원들의 무더기 자료 제출 요구와 고압적인 태도도 연출됐다. 한 의원은 국감 중 사정기관의 방송통신위원회 파견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정기관 공무원 등을 일렬로 줄 세우기를 시켜 논란이 됐다.
비효율적인 행태도 여전했다. 일반 증인 채택과 잇단 불출석, 과도한 동행명령장 발부도 심각했다. 하루 수십 개 기관을 불러놓고 한 건의 질의도 하지 않는 구태가 연출됐다.
작금 국내적으로는 의정 갈등과 고금리와 고환율, 민생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외적으로는 북한 문제와 중동 전쟁 등 국제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국회가 대안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번 ‘정쟁 국감’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번 국감과 관련해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의 최근 최고위원회의 발언은 여러 면에서 의미있게 들린다.
허 대표는 "완장질 국감, 이벤트 국감, 소리만 지르는 국감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이번에도 뉴진스 멤버 같은 연예인들이 증인으로 나온다. 이벤트 국감은 국회의 권위를 떨어 뜨리고 국민을 실망시킨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국감 개선책도 제시했다 그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800여 기관을 감시하는 방식이 과연 효율적이고 생산적인가"라며 "상시 국감, 분리 국감을 통해 국회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통해 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감의 민낯을 보면서 개선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피감기관과 증인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일회성 국감의 한계는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정부 부처·공공기관 등 800여 개의 피감기관을 20여 일 만에 감사하는 것은 졸속 국감의 우려가 높다.
국감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려면 새로운 국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상시 국감은 국회가 각 상임위별로 수시로 국감을 진행하거나 임시 국회가 열리는 기간에 상임위별로 국감을 진행하는 방식을 꼽을 수 있다. 상시 국감에 앞서 상·하반기로 분리 국감을 실시하는 것도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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