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명균 내포취재본부장
우명균 내포취재본부장

지난 2020년 3월 6일은 충청권에 의미있는 날로 평가된다. 각고의 노력 끝에 대전과 충남을 혁신도시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이날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혁신도시가 없는 대전·충남이 혁신도시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혁신도시 지정 대상과 지정 절차 등을 담았다.

360만 충남·대전 도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힘을 모은 성과이자 충청권 역사상 180만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 제출하는 등 충청권이 결집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달랐다.

국회 입법화와 그 해 10월 혁신도시로 지정되면서 수도권에 소재해 있는 공공기관이 충청권에 이전되고 지방대학 졸업자 의무채용 30% 확대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언감생심(焉敢生心) 4년이 넘도록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이전 계획 발표는 한 치 앞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작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지난 정부의 ‘희망고문’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복기(復棋)를 해 보면 2020년 당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 지방 이전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민주당 대표는 선거대책회의에서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 2를 시작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수도권의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차일피일 지연됐다.

이듬해 국무총리 역시 현 정부 임기내 추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충청권의 기대감에 찬 물을 끼얹었다. 총리는 방송과의 대담에서 “현실적으로 실행되기는 시간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어떤 결정이라도 제대로 해내면 다행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해 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됐던 지난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은 충청권의 염원을 저버린채 희망고문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균형발전 외면에 대한 역풍과 함께 민심이 이반되면서 충청권에서 심판론이 작동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2022년에 출범한 현 정부는 어떤가? 지난 정부의 허탈감과 상실감을 뒤로 한 채 현 정부 또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수도권 인구·산업 분산 및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일단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2년 여가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기약 없이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당초 지난해에 수도권의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해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졌다.

민선 8기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윤석열 정부에서 총선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충남ㆍ대전 등 충청권을 비롯해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고 지방시대 종합계획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부처는 총선 이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11월 말 혁신도시 성과평가 연구용역이 완료된 이후 검토·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의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공약화 ▲추진 강조 ▲총선 이후 발표 지연 등의 수순은 지난 정부의 데자뷰를 연상케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치적인 셈법 등으로 군불만 지피다가 결국 무산돼 선거에서 심판론에 직격탄을 맞았던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면 조속히 로드맵을 발표하는 길이 유일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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