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2년 3월 초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데는 충청권 표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윤 후보(48.6%)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와의 전국 득표율 격차는 0.8%p(24만 7077표)였다. 윤 후보는 충청권에서 ▲대전 49.6% ▲세종 44.1% ▲충남 51.1% ▲충북 50.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 후보는 세종을 제외한 대전·충북·충남에서 ▲대전 3.2%p ▲충남 6.1%p(8만 292표) ▲충북 5.6%p 차이로 승리를 거뒀다. 충청권 특히 충남의 표심이 대선 승부를 가르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셈이다.
윤 후보가 충남에서 압승을 거둔 배경에는 기존의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부친의 출신지가 충남 논산·공주라는 점에서 '충청의 아들‘과 '충청대망론' 프레임 역시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윤 후보가 선거 내내 충남을 돌면서 굵직굵직한 공약을 제시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충남의 민심을 움직였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작금의 시점에 대선 공약에 대한 이행 상황은 어떤가.
균형 발전과 충남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현안인데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제동이 걸리거나 반대 여론 등에 부딪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언감생심 점수로 평가하자면 낙제점에 가깝다.
충남의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서산공항(충남공항) 건설을 비롯해 ▲국립경찰병원 아산 건립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조성 ▲수도권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 추진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육사 충남(논산) 이전 ▲국립치의학연구소 천안 유치 등을 꼽을 수 있다.
각론으로 들어 가면 우선 서산공항 건설 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이후 사업비 조정을 통해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고 아산 경찰병원 건립 사업은 지난 5월 정부의 신속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당초 원안인 550병상 규모로 오는 2028년에 개원될지 지켜 봐야 한다.
세계 5대 갯벌이자 국내 최대 해양생물 보호구역인 가로림만을 자연과 인간, 바다와 생명이 어우러진 명품 생태 공간으로 바꾸려 했던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 사업은 아예 기획재정부 타당성 재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 역시 오리무중이고 충남 서산에서 경북 울진까지를 연결하는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은 관련 단체 등의 반발로 인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 국립치의학연구소 천안 유치도 당위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갖췄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밥에 재 뿌리듯’ 영호남의 다른 지역이 뛰어 들어 공모 체제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5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 조기 발표 ▲아산 경찰병원 신속 예타 조사 원안 통과 등을 직접 요청한 바 있다.
사람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신의를 잃게 되고 정치권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면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은 상식이자 자명한 이치다. 역대 선거는 차치하더라도 현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인 지난 4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충청권 참패가 방증한다.
선거에서는 '충청의 아들'로 표를 얻고 정작 충청의 발전을 위한 공약 이행을 외면한다면 2년 뒤 지방선거와 이어지는 대선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 지는 명약관화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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