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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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일이지만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정도 국회를 출입했다. 이 시기는 15대 국회에서 19대 국회에 이르고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해당하니 적지 않은 시절을 정치 현장에서 보냈다.

파노라마 같은 격동의 한국 정치사를 기록하고 들여다 보는 것이 업(業)이어서 그에 따른 단상과 편린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야당이 강해야 여당이 강하다’는 말이 정치권에 곧잘 회자됐는데, 여야간 분위기는 대척점에만 서 있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회기 중에 득달같이 싸우다가도 가끔씩 여야 대변인단이 만나 술자리도 갖고 화해를 하는 훈훈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정당의 성향이나 지향점은 달라도 상대를 존중하려는 함의가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국정감사 시기만 되면 데자뷰처럼 불거져 나오는 것이 ‘국감 무용론’이다. 국감만 치르면 막말에다 고성, 파행 등의 ‘종합세트’는 변함이 없다. 강산은 변하고 세월은 흘러 원고지 시대에서 노트북 시대로 진화했지만 국감의 행태는 여전히 구태를 답습하고 있으니 볼썽사납다.

국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국회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국감은 행정부와 국가기관의 예산 집행의 적절성과 정책 수행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보완과 대안을 제시하는 입법부의 대표적인 역할 중 하나다.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써 국회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이 요구되는 제도적인 장치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비근한 예로 윤석열 정부 시절인 지난해 국감을 총평하면 22대 첫 국감인데도 불구하고 신선도나 질적인 면에서 ‘함량 미달’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정책 감사는 뒷전이고 김건희 여사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관련 사안이 블랙홀로 빨아들인 ‘정쟁 국감’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야당 대표는 "완장질 국감, 이벤트 국감, 소리만 지르는 국감은 이제 끝내야 한다"며 "이런 국감은 국회의 권위를 떨어 뜨리고 국민을 실망시킨다"고 지적하며 상시 국감 등의 대안 마련을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지난 13일 막이 올라 과연 어떤 국감이 치러질지 주목됐다. 국감은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지며 국회 17개 상임위원회로부터 국감을 받는 대상 기관은 총 834개다.

충청권 역시 20일 세종시에 이어 24일 대전시, 27일 충남도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감이 2년 만에 진행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위의 충청권 4개 시·도 교육청 및 충남대·충북대 국감은 23일 충북대에서, 과기방통위의 대덕연구개발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 국감은 2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예정돼 있다.

법제사법위의 대전고법·대전지법·청주지법 및 대전고검·대전지검·청주지검 국감은 21일 국회에서, 국방위의 3군 본부 국감은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다.

이번 국감이 중반전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국감 첫 주 여야는 고성과 막말, 욕설이 뒤섞인 난타전을 벌였다. 법사위와 과방위가 격전지가 됐다.

법사위 국감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성을 주고 받는 의원들이 퇴장을 당하는가 하면 한 의원은 대법원장 얼굴을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진과 합성한 피켓을 들어 물의를 빚었다. 

과방위는 이른바 '문자 폭로 사태'로 막말·욕설 공방이 벌어졌다. 양당이 서로 상대 의원을 고발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국감 내내 이런 장면이 반복되면서 정책 질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작금 국내외적으로 처한 현실은 엄중하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비롯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상황, 물가와 부동산 문제 등 경제와 민생도 녹록지 않다. 이런 와중에 치러지는 국감은 마땅히 정책감사와 국내외적인 현안에 집중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앞으로 남은 국감은 국회 본연의 역할에 걸맞게 정쟁을 지양하고 내실있는 정책 감사에 올인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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