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태안미래혁신연구원 원장,국제시니어연합 사무총장, 박동관
수필가.태안미래혁신연구원 원장,국제시니어연합 사무총장, 박동관

중국의 고전 『열자(列子)』에는 한 노인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산을 옮기겠다고나선 어리석은 노인, ‘우공(愚公)’이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그러나 그는 매일한 삽씩 흙을 옮겼고, 그 믿음이 결국 하늘을 움직였다.이 고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산 앞에서 있는가?”

지금 태안은 대한민국의 서해 끝자락에서 조용히 신음하고 있다. 청년은 떠나고, 산업은 정체되고,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과거 서해안의 중심지로서의 자부심은 희미해졌고, “이제 태안은 늙어가는 고장”이라는 자조마저 들린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안은 여전히 살아 있고, 희망의 불씨는꺼지지 않았다. 다만, 그 불씨를 함께 불어줄 ‘우공의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태안의 바다는 여전히 깊고, 그 위로 불어오는 서해의 바람은 언제나 도전의 상징이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불가능해 보이는 그 산을 옮기는 것이다. 낙후와 체념, 무관심과 분열이라는 보이지 않는 산을. 태안미래혁신연구원은 바로 그 산 앞에서 첫 삽을 들었다. 지역 발전의 새로운 비전, 청년과 시니어가 함께 어우러지는 세대 통합의 도시,청정 해양에너지와 문화. 관광이 융합된 지속 가능한 모델 도시. 이것이 우리가 그리고 있는 ‘태안의 내일’이다.

산을 옮기는 일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우공의 이야기가 위대한 이유는, 그의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삽을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태안도 마찬가지다.행정과 기업, 시민사회와 교회, 청년과 어르신이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손을 맞잡을 때, 태안의 산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건 이상일 뿐이다.” 그러나 이상이 없는 현실은 더이상 미래가 아니다. 우공이산은 현실을 부정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뚫고나간 믿음의 기록이다. 그 믿음이 있었기에, 하늘이 감동했고 산이 옮겨졌다.

태안은 지금 결단의 기로에 서 있다. 멈춰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삽을들 것인가.

나는 태안이 ‘서해의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믿는다. 그 길의 첫걸음은 화려한 개발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2025년은 ‘태안 방문의 해’였다. 하지만 진정한 방문의 해는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어야 한다. 방문이 단순한 구호로 그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태안을 찾는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안에 새로운 꿈과 비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땀과 믿음이 모일 때, 우리는 비로소 산을 옮길 것이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우리는 어떤 산을 옮기려 하는가?” 태안의 산은 결코돌덩이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산이며, 믿음의 산이다.한 사람이 삽을 들면, 또 한 사람이 힘을 보태고, 그 마음이 모이면 결국 태안의 지도가 바뀔 것이다.우공은 산을 옮기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태안이 그 정신을되살린다면, 이 땅은 다시 빛날 것이다. 우리가 바로 그 첫 삽을 드는 세대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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