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섭 주필
임명섭 주필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예전처럼 대량으로 김장을 준비할 필요성이 줄어 들었는데도 김장 비용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한국물가협회가 지역별 김장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국 전통 시장 4인 평균 기준은 37만886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6% 비싸졌다. 17개 광역 시도 중에서는 세종시가 가장 높았다. 

배추나 무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오른 데다, 유통 비용 등 이유로 농산물 가격이 특히 비싸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가 가을 배추 출하를 앞당기고 할인 판매 등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김장이 본격화하는 12월 이전에 배추와 무 값이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김장 재료 중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건 뭐니 뭐니 해도 배추다. 

한 달 전 포기 당 2만 원에 육박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여전히 김장 비용이 주된 이유는 배추,무 값이고 그밖에 양념류인 대파 생강 고추가루 등이 김장 값이 산출된다. 배추 무에 비해 올해는 양념류가 소폭 인하된 상태여서 전체 김장 비용을 더 끌어올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 

본격적인 김장 시즌은 다음 달 중부 지방을 시작으로 오는 12월까지 이어진다. 벌써 부터 비용 부담에 김장 양을 대폭 줄이거나 포기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김포족'(김장 포기족)이라는 신조어도 확산되고 있다. 배춧 값이 급등해 '금(金)배추'라는 말까지 나오면, 일부 소비자들은 양배추나 양상추 등의 대체 재로 김치를 담그는 가정도 있을지 모른다. 

최근에는 시판 김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진 영향으로 김포족이 늘고 있는 것을 풀이되고 있다. 시판 김치는 집에서 만든 것처럼 맵기나 염도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서비스로,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판 김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인상의 주범은 아무래도 기후로 인한 배추 무 의 작황 부진이다. 올 여름 이례적인 폭염과 폭우로 여름 배추 생산량이 감소했고 배추가 알차게 속을 채우지 못해 상품성 마저 낮았다. 김장에 사용되는 가을 배추가 본격적으로 출하 되면 가격이 평년 수준을 회복한다고 정부는 여러 차례 안심 시켰다. 

그러나 기상 이변이나 기후 변화에 의한 재배지 여건 악화, 그로 인한 작황 부진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이다. 정부는 김장 가격을 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수입을 늘리고 비축 물량을 조기 방출하고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할인 판매를 독려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실제 밥상 물가가 얼마나 잡힐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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