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규 대전 대덕구청장
최충규 대전 대덕구청장

어릴 적 불이 켜져 있는 방마다 쫓아다니며 전등 스위치를 끄시고, 몇 없는 전자제품들의 코드를 늘상 빼놓으시던 부모님의 기억은 우리 세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60년대의 '가가호호 한등끄기', 석유 파동을 겪은 70년대의 '자전거 행진', 대형 가전제품이 크게 증가하던 8~90년대의 '절약의 생활화' 홍보 등 에너지 소비와 절약은 어느 한 시대만의 화두가 아닌 듯하다.

에너지의 날이 올해로 21회를 맞이했다. 한국은 지난 2003년 8월 22일 역대 최대 전력 소비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매년 8월 22일을 에너지의 날로 지정해, 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에너지 상황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듯하다. 한국은 전력 수요의 급격한 팽창으로 에너지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무려 94%에 달해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 사용 비율이 높은 데 비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낮아, 탄소 국경 조정 제도 등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에너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현재 에너지 소비 구조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이라는 2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현시점에서, 대덕구 또한 다양한 정책을 통해 한국의 에너지 개혁에 한 손 거들고 있다.

먼저 대덕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 사업 공모사업'에 5년 연속 선정, 주택 등에 태양광·태양열·지열의 설비 설치를 지원해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주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행동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 주도형 에너지전환 플랫폼인 대덕지역에너지센터를 2023년 정식 개소해 어렵게만 느껴지는 에너지전환이나 '넷제로(Net-Zero)' 등의 개념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대덕구에는 기후·에너지 문제에 관심 있는 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탄소중립 주민실천연대'를 구성·운영 중이다. 연대는 각 동네의 에너지·기후 위기 대응 리더로 에너지 캠페인 전개, 에너지 절약·저탄소 실천 방안 홍보 등의 활동을 하며 공감대 확산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는 작년 12월 전국 최초로 「대전광역시 대덕구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주민실천연대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연대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대덕구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소득층과 취약시설에 대한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을 통한 촘촘한 지원으로 에너지 사각지대 최소화에 힘쓰고 있으며, 기후 위기 취약계층·지역에 소규모 물길 쉼터·완충녹지 기후 쉼터·벽면 녹화 등을 조성해 기후변화 적응을 돕도록 녹색 인프라 조성 사업 또한 실시했다.

흔히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멀리 보고 신중하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에너지 또한 다르지 않다. 미래 세대가 누구나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 없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전국이 폭염 등 극한의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21번째 에너지의 날을 맞아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당연시 여겨 왔던 에너지 사용과 환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생활 속에서 작은 행동 하나부터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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