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일보 김현수 기자] 공공기관의 ‘메신저 행정’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효율을 내세운 비공식 지시가 반복되면서 행정 기록은 사라지고 산하기관 직원들은 밤낮없는 격무에 내몰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업무 효율화’라는 미명 아래 인권이 희생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메신저 단톡방을 통해 야간·휴일 업무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공식 공문이나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복수의 실무자가 참여한 대화방에서 예산 정리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 내용에는 “엑셀 양식에 잔여 예산도 보기 좋게 정리해 달라”, “이번에도 못 끝내면 연휴 내내 해야 한다” 등 업무 독촉성 발언이 포함돼 있었다. 또 “퇴근 전까지 제출하라”, “의견란은 공란으로 주면 검토 후 작성하겠다”, “출근 전까지 볼 수 있게 준비하라”는 등 구체적인 지시 내용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이러한 메시지의 상당수는 심야 시간대에 발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산하기관 실무자는 “공문이 아닌 메신저 지시는 기록이 남지 않아 행정정보공개법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퇴근 후나 연휴 기간에도 지시가 내려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업무 n번방’이라는 표현은 중기부가 유사한 단톡방을 여러 개 운영하며 산하기관에 수시로 지시한다는 내부 증언에서 비롯됐다. 익명의 제보자는 “중기부 단톡방은 밤샘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식 문서보다 메신저 지시가 더 빠르다는 이유로 사실상 실시간 대응을 강요받는다”며 “휴일이나 야간에도 업무의 연속성이 끊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공식 메신저 행정은 공공기관의 책임소재와 행정 투명성을 흐리게 만드는 행태”라며 “기록관리 제도와 공무원 근로권 보호 측면에서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내가)답변할 사항은 아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이 문제는 감사실 쪽으로 알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