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법무법인 우승 대표변호사.
이영재 법무법인 우승 대표변호사.

최근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한 후 검사들의 의견 표출이 줄을 잇고 있다. 대검에 근무하는 검찰연구관들은 검찰총장 대행을 찾아가서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하지만, 나머지 검사들은 기자들에게 발표한 건 아니고 검찰 내부망 e-pros 검사게시판에 글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내부망 e-pros가 만들어질 때부터 검사게시판은 있었다. 검사게시판은 원래 검사만 글을 쓸 수 있고 검사만 볼 수 있었다. 그때엔 검사들끼리 업무에 대한 문의와 답변, 현안에 대한 토론과 제안, 업무 자료 공유의 마당이었다. 그땐 검사게시판에 쓴 글이 검찰 외부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e-pros에 검사, 직원이 다 쓰고 검사, 직원이 다 볼 수 있는 자유게시판도 별도로 있다.

​그런데 언젠가 일부 검찰직원이 검사들만의 게시판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왔다. 그럼 직원만 쓰고 직원만 보는, 검사들은 못 들어가는 게시판을 만들어주면 될 텐데 노조를 만들까봐 그랬는지 직원게시판은 안 만들어주고, 뚱딴지 같이 검사게시판에 직원들이 들어오게 했다. 검사게시판에 직원들은 글을 올리지는 못하나 볼 수만 있는 것으로 안다.

​그 후 한참 지나 기자들의 빨대가 검사게시판에 꽂혔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니 검사들끼리 주고받는 말을 내부 구성원들이 기자에게 전달해주는 걸로 보인다. 세월이 한참 지났으니 빨대가 이젠 검사일 수도 있겠다. 아이디가 없는 기자가 검찰 내부망 게시판을 들어가 볼 수는 없다. 인트라넷이라 해킹도 불가능하다. 내부 구성원 도움 없이 기사화는 불가능하다.

​이젠 의례히 검사게시판에 빨대가 상시로 꽂혀있다. 기사거리가 안 되는 글은 보도가 안 되지만, 민감한 이슈에 대한 글이나 인플루언서 검사 글은 바로 보도된다. 어느 검사가 검사게시판에 다른 검사들을 향해서 밝힌 의견은 국민들에게도 동시에 표명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검사들끼리 토론과 비판도 공개토론, 공개비판이 되기 일쑤이다. 검사게시판이 동물원 원숭이 우리가 되었고, 길거리 확성기가 되었다.

​이젠 은근히 간접 취재를 바라고 검사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듯한 검사도 나타났다. 하지만 외부로 글이 나도는 게 싫어서 대다수 검사는 입을 다문다. 예전엔 제법 활발하게 가벼운 주제에 대한 글과 답글도 자주 올라왔지만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보도자료를 배포해버리는 꼴이 되어버린 이후엔 인사철 사직인사 외에는 무겁고 조용하기만 하다.

​검찰총장부터 신임검사까지 전체 검사들끼리 비공개 토론과 제안과 비판을 하는 공간은 사라졌다. 외부망에 모여 공간을 만들어서 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사직할 때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다. 외부망에서 토론을 하더라도 전 검사가 볼 수는 없다.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와 관련하여 연명으로 혹은 단독으로 검사게시판에 쓴 글이 항명인지, 집단행동인지, 징계 사안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급기야 검사징계법 개정도 대두되고 있다.

​자유로운 내부 의견 개진이 맞고 외부 유출에 책임이 없다면 징계 사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징계 논의와 별도로 검사들끼리의 공개되지 않은 내부 자유 토론, 의견 개진 공간을 되살려줄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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